김재철 MBC 사장이 11일 오전 임원진 회의에서 “무한도전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한히 기다릴 수가 없다. 무한도전의 외주화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해 시청자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MBC 측은 김 사장의 발언이 무한도전 제작진에 대해 업무복귀를 하라고 한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청자들은 ‘폭탄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무한도전은 김태호PD의 편집에 열광해 무한도전의 ‘제8의 멤버’라는 존재로 인식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무한도전이 시청률이 높고 효자 프로그램으로 남은 것은 김태호PD의 정체성과도 무관치 않고, 파업으로 결방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시청자들의 ‘기다리겠다’는 여론이 많은 것도 파업에 참여 중인 김태호PD표 무한도전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관련 뉴스가 나가자 시청자들은 무한도전 게시판뿐만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김 사장에 대한 거친 비난과 함께 외주화 반대 뜻을 밝혔다. 수백 개의 의견이 달린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에는 ‘외주화하면 절대 MBC를 안 볼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아이디 ‘y3435’는 “설마 이걸 협박이라고 하는건 아닐테고…무한도전 시청률이 종편 시청률과 맞먹게 되는 걸 보고 싶은 모양이네요”라고 꼬집었다.
 

   
 
 

김 사장의 발언으로 인해 MBC 노조의 파업이 사측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불이 붙는 형국이 되면서 12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문화제에서도 시민들의 ‘무한도전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발언은 정치권으로도 파장이 확산됐다. 12일 길기수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무한도전의 결방 원인은 공영방송 사유화와 각종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김 사장 때문이다. 김 사장의 사퇴가 무한도전을 다시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발언을 통해 역으로 파업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갈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는 무한도전 폐지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가능성만 내비치는 식으로 무한도전이 노조에 묶여있어 복귀가 어렵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MBC 관계자는 “무한도전은 일종의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무한도전은 MBC의 브랜드이지 노조의 주장을 관철하기 방편이거나 사측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사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논란에 이어 11일 새로 개편돼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 역시 외주제작으로 파업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하게 땜질한 흔적을 보이면서 프로그램의 인기와 질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C는 11일 임원진 회의에서 “회사가 살아있는 것을 보여주려면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김 사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생방송 월화수목>, <무한걸스>, <무작정패밀리>, <주얼리하우스> 등 4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4개의 프로그램 성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무한걸스는 원래부터 출연자만 바뀌고 무한도전의 포맷을 유지한 프로그램인데 MBC 자회사인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 중이었던 것을 정규 방송에 편성한 경우다. 원래 무한도전의 방영시간인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시간을 변경하긴 했지만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무한도전의 공백을 메우려는 고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자리를 꿰찬 프로그램이라는 반감과 함께 오히려 무한도전 베끼기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진숙 본부장이 12일 방송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무한도전’을 빼고는 사실상 100% 정상화에 가깝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적 같은 일이다”라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다. 파업 공백으로 프로그램 제작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하 노조 위원장은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시청률에 반영이 되고 있다”며 “드라마도 후반 작업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졌다. 이 상태에서는 SBS, KBS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알 만한 사람(이 본부장)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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