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11일 임원진 회의에서 2014년까지 임기를 반드시 채우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을 전한 뒤 노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색이 짙은 언론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급 노동단체까지 문제를 삼아 MBC 노조에 정치색을 입히려는 시도다.
그리고 이어 12일에도 사측은 ‘무엇이 정치 파업인가’라는 제목의 특보를 통해 “정치적 이슈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파업은 단체교섭 대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측은 “MBC 노조의 파업은 공정방송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보도 부문 임원, 국장 경질을 요구하면서 파업이 촉발됐다”며 “인사권 등 경영권에 간섭하겠다는 의도가 있으며, 나아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점에서 전형적인 사내 정치 파업의 유형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필두로 해서 언론을 상대로 한 사측의 공식채널도 가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공식 인터뷰를 갖지 않았던 이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시작으로 해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적극 사측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측이 노조가 벌이고 있는 파업은 정치-불법 파업이라는 공세와 함께 사측의 공식 입장을 적극 밝히는 등 대홍보전을 강화한 시점을 보면 지난 7일 노조 집행부의 영장이 기각된 이후 시간과 겹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더욱이 법원이 노조 집행부의 구속 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보면 사측이 여론전에 공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 분명해진다. 법원은 노조 집행부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업무방해죄와 정보통신망을 통한 타인의 비밀 누설죄가 과연 성립할 것인지는 본안 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사법부가 현재까지 MBC 노조에 씌워진 정치-불법 파업이라는 규정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 것이다.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공인일 경우 충분히 이같은 의혹제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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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 중 파업이 종결되지 않는 책임을 일방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한 대목도 우회적으로 파업 사태에 대해 사측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노조의 최대 약점으로 잡고 공세를 펼칠 수 있었던 파업 성격 문제가 사법부에 의해 무력화된 셈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과 사측은 이젠 도저히 판세 반전이 불가능한 막다른 골목에 바짝 몰리게 됐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주술처럼 되뇌어온 ‛불법 정치파업’이란 한심한 주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치명타를 맞았다”고 역공에 나섰다.
MBC가 지난 7일부터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여론전을 강화한 것은 이미 법적 논리에서 역전을 당해 판세를 뒤집으려는 안간힘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