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이 7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정영하 MBC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전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영등포 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파업 사태 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21일 영장이 기각된 이후 지난 5일 영장을 재청구한 바 있다.

법원, 애초부터 무리한 영장 청구 기각

두번에 걸쳐 MBC 노조 집행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공정방송을 목표로 한 파업 정당성이 인정받고 파업 사태를 해결하라는 국민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2주만에 재영장을 청구하면서 배현진 아나운서의 노조 비방성 글을 구속 사유로 제시해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130일째 벌이고 있는 MBC 파업 의지를 꺾으려는 배경이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노조집행부의 쟁의행위가 합법적으로 전개되고, 고소를 당한 이후에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영장실질심사에서 성실히 응해왔다는 점에서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도 발견되지 않아 애초부터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면, 세 차례 고소 고발을 당한 김재철 사장의 경우 한차례 소환 조사에 벌였을 뿐 압수수색 등과 같은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인 적이 없어 검찰 스스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자초하게 됐다. 김 사장의 배임 혐의와 횡령 의혹은 또한 관련 자료를 압수하지 않고서는 입증하기 어려운데 오히려 수사당국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어서 편파 수사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김재철 사장에 대한 수사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MBC 노조는 전원 영장 기각 결정 직후 성명서를 통해 "김재철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법 파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사측과 검찰이 벌인 무모한 자작극은 이렇듯 명백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며 "검찰이 법의 형평성을 지키고자 하는 일말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온갖 비리로 얼룩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라고 밝혔다.

파업 사태 해결 국민 여론 높아질 듯

MBC 노조의 입장대로 노조 집행부에 대한 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된 마당에 검찰이 김재철 사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지 않는다면 정치 검찰이라는 낙인과 함께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C 노조는 또한 김 사장에 대해서도 "공정방송을 훼손하고 온갖 추한 비리를 저지른 자신의 중범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군사 정권에도 없었던 무자비한 해고와 징계, 막장 채용 등으로 MBC를 사유화 하는데 급급해왔다"면서 "김재철은 한때 기자로서의 양심과 명예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법의 결정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즉시 MBC를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일찌감치 MBC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을 규정하고 방송사 내부의 문제라며 파업 사태 해결을 회피해왔지만 두 번에 걸친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정치권의 파업 문제 사태 해결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측의 강경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노조 집행부가 구속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MBC 노조의 파업 동력도 다시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 제약한 업무방해 고소고발에 제동 건 의미있는 결정

특히 이번 결정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고소고발을 한 것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업무방해죄 성립여부에 대해 다퉈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무방해 혐의는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쟁의 행위인 파업권을 제약하는 쪽으로 남용되면서 대표적인 노동 탄압 요소로 꼽혀왔다.

또다른 혐의인 정보통신망을 통한 타입의 비밀 누설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위법성 조각 여부에 대해 피의자들이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공익성이 있는 폭로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이 위법성이 있는지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변호를 맡은 신인수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도 "이번 파업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냐 부분에 대해 다퉈볼 소지가 있다고 한 것은 재판부가 보기에도 정당한 파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노조가 폭로한 것이 정보통신법상 위법 사유가 되느냐에 대해 법원이 진실한 사실을 알린 것은 공익을 위해 위법성 조각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지난번 기각 사유에 비해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업무 방해죄, 정보통신법 위반이 성립 자체가 안 된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3차 구속영장 재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원은 또한 일방(노조)의 노력만으로는 파업이 해결 또는 종결될 수 없어 파업이 종결되지 않는 책임을 노조에 돌리기는 어렵고 쌍방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하지만 노조 집행부가 구속될 경우 파업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현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마무리하라고 강한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 결정을 받고 영등포 경찰서를 나온 MBC 정영하 위원장은 "무리한 기소라는 것을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방송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집행부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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