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도중 노조를 탈퇴하고 103일만에 9시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했던 배현진 아나운서가 작정하듯 MBC 노조와 동료 아나운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배 아나운서가 자신의 복귀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배 아나운서는 29일 저녁 MBC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올린 <배현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작거부 기간이었기 때문에 뉴스 잔류, 하차 여부를 선택할 기회와 겨를은 없었다. 이것이 당초 제 거취를 택할 수 없었던 이유”라며 사실상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파업에 참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배 아나운서는 이어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 한다”며 자신이 이번 MBC 파업의 명분에 동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배 아나운서는 “언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의사 표현과 참여는 오로지 유권자로서 선거와 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저는 우리의 파업이 이 무게 중심을 잃고 있지 않나 우려됐다”면서 파업 동참에 대한 협박과 노조 내부에서 파업 갈등으로 인한 폭력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의 글을 접한 조합원들은 사실상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배 아나운서가 사실관계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사측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재철 사장 체체 하에 벌어진 공정보도가 훼손된 ‘실증적’ 사례들이 숱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배 아나운서가 애써 귀를 닫고 있는 것”이라는 비난이다. 노조 내부에서 파업 참여 압력과 폭력이 있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스스로 월급을 포기하고 파업 전선에 나와 있는 조합원들을 향한 모욕이며 MBC 시스템상 압력과 폭력은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배 아나운서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라는 반박도 나왔다.

배 아나운서의 글이 노조 비난성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해당 글이 MBC 시청자 홍보부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되는 형식을 빌렸다는 점에서도 사측과 교감을 통해 철저히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사측에서는 권재홍 앵커를 통해서 노조원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음모가 있었는데 실패로 귀결이 됐고, 이런 상황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엄청난 비리들이 폭로가 되면서 사측이 코너에 몰렸다”며 “사측이 복귀한 사람을 붙잡고 노-노 갈등을 유발하려고 갑자기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측이 배 아나운서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해당 글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노조성 비난의 글을 올린 배 아나운서에게 잘못은 있지만 사측의 ‘꼼수’에 노-노 갈등만이 부각되고 결국 배 아나운서만 국민의 질타를 받는 피해자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MBC 노조 관계자는 “배 아나운서를 훌륭한 아나운서를 평가한 사람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온 국민에게 매도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언론들이 배 아나운서 개인에 대한 비난 멘트를 소개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된다. MBC 파업은 언론 지형에서 큰 싸움이다. 내부적으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김재철 사장만 뒤에서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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