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와 KBS 새노조 파업이 각각 넉달과 석달을 향해 가면서 초기부터 열렬히 동참해온 예능 PD들의 고민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불방이 지속되는 사태에 대해 “죽을 것 같은 심정”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PD들은 “대의를 위해 선택”(나영석 PD), “지금와서 돌아갈 수 없다, 무도 멤버들도 불만없이 잘 견디고 있다”(김태호 PD)는 결심을 드러냈다.

26일로 파업 118일을 맞는 MBC의 경우 ‘불공정보도 사죄와 김재철 퇴진’이라는 목표 못지않게 <무한도전>의 최장기 결방은 이번 파업의 아이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도>는 지난 19일 방송까지 16주째 결방됐다. 26일까지 하면 17주째 결방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무도 시청자에게만큼은 확실한 파업 홍보가 되고 있다. (26일엔 무한도전 사생결단 편이 재방송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작진의 고민이 깊다. MBC는 지난달부터 <우리 결혼했어요> 대신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이라는 외주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다. 방송가에는 우결과 <라디오스타> 등 MBC 주요 예능 프로 폐지설까지 떠돌고 있다.

더구나 KBS <개콘> 등 다른 간판 예능프로 가운데 이렇게 장기간 결방하는 방송은 <무도>가 유일하다시피하기 때문. 김태호 <무한도전> PD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저 때문에 (출연자, 작가, 스탭 등) 나머지 사람들이 쉬고 있어서 미안하다”며 “특히 방송이 우리 것만 안나가니 (그 부담의) 온도차가 크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그렇지만 파업에는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이 파업은 무도의 파업이 아닌 MBC 노조의 파업이기 때문”이라며 “결방이 계속되도 기다려주니까”라고 밝혔다. 김 PD는 “문제는 파업이 끝나고 돌아갔을 때”라며 “후유증이 많을 것으로 여러 분들이 걱정해준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능 PD 조합원으로서 파업을 국민에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적극 동참한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얼마 전 <무도> 인터넷 파업특별판을 방송했던 것에 대해 김 PD는 “시청자에 환기시키는 그런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다”며 “특히 인터넷 판은 파급효과 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의도 희망캠프에서의 ‘방송대학’의 경우 파업상황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참여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재석 등 무도 멤버들도 불만없이 잘 견디고 있고, 빨리 돌아와 다시 제작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런 고민은 KBS도 마찬가지이다. ‘1박2일’ 연출자였던 나영석 KBS 예능 PD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저의 경우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 없기 때문에 마음은 훨씬 홀가분하지만, 동료 예능 PD는 자식같은 프로그램에 손을 놓고 나와 괴로워한다”며 “대의에 공감하기 때문에 파업에 참가하지만, 프로그램이 점점 망가져가고 연예인은 고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 PD는 이어 “몇 번 파업할 때마다 (불방될 때) 죽을 것 같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며 “하지만 빠짐없이 이렇게 긴 시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파업 대의에 공감하는 것이 먼저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PD는 특히 KBS의 직원이 아닌 연예인들과 방송작가를 두고 “우리의 대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도 되느냐는 물음에 늘 직면하기도 한다”며 “파업을 빨리 잘 마무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예인 중엔 “안 할 거면 모르지만 할 거면 확실히 하라”고 격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홍기호 KBS 새노조 부위원장도 “파업하기 제일 힘든 직종이 이런 고민을 겪는 PD들이지만, 가장 많이 참여하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지금과 같은 KBS의 방송제작 환경에서는 100 만큼 제작해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청자들에게 이를 다 보여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기사 일부 보강 26일 오후 7시24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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