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이 MBC 노조와의 충돌로 인해 방송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일체의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반박해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을 대신해 17일 뉴스데스크 임시 아나운서를 맡은 정연국 앵커는 뉴스 오프닝에서 "어젯밤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현진 아나운서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어젯밤 10시 20분쯤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다"며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 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MBC는 배현진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노조가 전날 MBC 건물 앞에서 대치하는 자료 화면까지 내보냈다.

전날 MBC 기자 100여명은 기자총회를 보도국에서 열어 ‘시용기자’ 채용 반대 뜻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보도국에 있던 5층 보도국의 출입로를 원천 봉쇄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에 반발한 MBC 기자들은 밤 10시경 뉴스데스크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온 권재홍 본부장과 마주쳐 보도국 폐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별말 없이 승용차에 탑승하자 기자들이 차를 둘러싸 20여분간 대치한 바 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권 본부장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발을 헛디뎌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확보한 화면에서 물리적 충돌 과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저 같은 경우도 전날 9시 40분경에 내려왔는데 남문 정문에서 기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집결해있는 것을 보고 권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며 전날 당시 상황이 충돌 위험이 컸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충돌 장면이 찍힌 영상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MBC 노조 측은 일체의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면서 전날 권재홍 본부장과 대치했던 동영상을 담은 풀영상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진실 공방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형문 MBC 기자회 대변인은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기자들은 청원경찰들이 형성한 저지선 밖에서 청경들과 몸을 부딪힌 적은 있지만, 권 본부장과 단 한례도 접촉한 적이 없다"면서 "권 본부장이 청경에 둘러싸인 보호막 뒤에서 유유히 걸어 차에 탑승하는 영상도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정문 현관문에 세층의 계단이 있는데 거기서 만약 충돌로 인해 삐긋했다면 계단을 내려와서 차에 탈 때까지 고통을 호소하거나 절뚝거려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멀쩡하게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사측 주장대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면 뉴스데스크에서 권 본부장과 직접 충돌한 화면을 썼을 것"이라며 "그런데 뉴스데스크 영상을 아무리 찾아봐도 권 본부장과 충돌을 일으키는 장면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뉴스데스크가 자료 화면으로 방송에 내보낸 영상에는 청경들과 기자들이 서로 미는 모습이 보이지만 권 본부장과 충돌 장면은커녕 권 본부장의 얼굴도 찾아볼 수 없다.

최 대변인은 "사측이 노조 파업에 대응해 가장 최악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뉴스데스크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거짓을 얘기하고 있다. MBC 수뇌부들이 자신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MBC 노조 관계자도 "어제 있었던 모든 과정이 풀로 녹화돼 있다. 권 본부장이 1층으로 내려오자 청원경찰 40여명이 엄호해 승용차를 탔는데 승용차를 타기 전까지 권 본부장의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다"며 "신체적 접촉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부상이라니 무슨 말이냐"고 비난했다.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근거 없이 노조를 폭도로 몰아 음해해 국민을 호도하는 있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며 "권 본부장 본인이 진실을 잘 알 것이다. 이게 할 짓이냐"고 거듭 비난했다.

관계자는 뉴스를 통해 권 본부장의 부상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서 국민의 전파를 사유화해서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벌였다"면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같은 새빨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18일 오전 11시경 MBC 1층 로비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권 본부장 부상 주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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