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김재철 MBC 사장의 법인카드 남용 의혹, 무용가 J씨 특혜  의혹 등 진상 파악을 위해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호출했지만 출석을 거부했다.

MBC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6일 방통위는 김 이사장을 출석시켜 비공개 간담회 형태로 김재철 사장 비리 의혹과 관련한 진상 내용을 듣기로 했다.

그동안 방통위 야당추천 위원들은 김 이사장을 출석시켜 MBC 파업 사태 해결을 논의하고 해결을 촉구하자고 주장해왔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출석 요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MBC 파업이 100일을 넘기고 4. 11 총선 이후 박지원 원내대표가 MBC 파업 사태에 대해 MBC 경영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MBC 방문진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하고 있는 방통위가 파업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여당 추천 위원들 사이에서도 김 이사장을 출석시켜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파업 장기화에 '행정적 책임이 있는 방통위는 뭐하고 있느냐'는 국민들의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출석 요구는 비공개 회의에서라도 김 이사장을 출석시켜 파업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성사됐다. 

야당 추천 김충식 방통위원은 "김 이사장의 출석 요구와 관련해 여권 3명이 인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이제야 방통위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비로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출석을 거부했다.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단 방문진 내부의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방통위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방통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이사장이 간담회를 비공개로 해줄 것, 질문을 할 때 소리를 지르지 말 것 등 황당한 요구를 들어줬는데도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저는 어떤 미디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전화를 끊겠다"며 출석 거부 배경과 관련한 답변을 거부했다.

MBC 파업이 100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 MBC 회사돈을 유용했다는 구체적인 증거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용가 J씨에게 20억원 이상 몰아준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김재철 사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김재철 사장이 MBC 노조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도 MBC 경영 관리 감독을 의무가 있는 방문진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양문석 방통위원에 따르면 방문진과 MBC 내부 감사가 의혹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도 김 사장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양 위원은 PD연합회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 파업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방문진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고, 이사회를 임명하는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장을 출석시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MBC 노조는 김 이사장의 출석 거부에 대해 "김재철의 비리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MBC 노조의 파업이 100일을 훌쩍 넘겼는데도 어떻게든 책임 추궁만 피해보겠다는 김재우 이사장의 무소신, 무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이어 "인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2’ 생방송을 방청할 여유는 있고, 방통위원들에게 MBC 파업 사태를 설명할 시간은 없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김 이사장이 지난 6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도 파업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책을 맡고 있는 자리의 인사로서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김충식 방통위원은 김 이사장의 출석 요구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며 "여당도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에 심각히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국민적 실망도 크다"며 "방통위가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방문진의 임명권을 행사는 방통위가 김 이사장을 불러 파업 문제에 대해 질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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