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생했지만 우리 정부는 검역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아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7일 “미국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검토한 결과 검역중단 조처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검역물량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다” 등 4가지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이 말을 뒤집은 셈이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도 앞서 “이번에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소는 30개월령 이상 된 젖소이고 치매와 비슷한 비정형 광우병이어서 그 위험도가 굉장히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 때부터 끊임없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서울대 우희종 수의학과 교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 촛불시위 때문에 당장은 안전하지만 현 정권이 한미FTA를 타결함으로써 그나마 촛불로 지킨 안정이 흔들리는 시점이다”며 “정부의 말대로 지난 4년 간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했다면 우리는 ‘광우병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외국 언론도 한국정부가 검역중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검역강화로 마무리한 것은 검역당국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수입중지하거나 검역중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검역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단지 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정부 인사들이 전면 수입을 주장했던 건) 언론매체가 악역을 도맡아했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상황은 이명박 씨에게도 책임이 크지만 그 당시 종합편성채널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정권에 아부했던 언론들부터 이번 기회에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26일 오후 서울대에서 만난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
“그렇다. 광우병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이 유럽인데 광우병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학문적으로 정립돼 놨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이 가진 ‘광우병 통제국’이라는 지위는 형식일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나라다. 반드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지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또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지 말라고 했다. 
“정부가 또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국민 안전이 위협에 처할 때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는데 그 여부를 정부가 조사하고 확인해야 한다. 근데 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조사를 할 수는 있는가보면 그렇지 않다. 2008년도 미국과 타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수입국임에도 미국을 조사할 권리가 없다.”

-타결조건에 조사권이 아예 명시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인가.
“그런 셈이다. 외국 언론도 한국정부가 검역중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검역강화로 마무리한 것은 검역당국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수입중지하거나 검역중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검역중지 혹은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두 가지로 한정했다. 광우병 통제에 관한 미국의 지위가 변화하거나 WTO가 정한 위생협약조건에 의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 지위가 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OIE(국제수역사무소)는 광우병에 관해 국가 등급을 청정국, 통제국, 미확인국 세 가지로 매기는데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지위가 격하된 적이 있었나. ‘통제국’에서 격하된다고 해서 ‘미확인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격하되려야 될 지위가 없는 것이다. 근데도 정부는 지위가 격하되면 재협상하겠다고 말장난을 쳤다.
두 번째, WTO 역시 조치를 취한다는 것도 아니고 권리가 있다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WTO는 통상을 장려하는 입장이다. 수입을 안 하겠다는 측이 수입하지 않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근데 우리에게는 현지조사 권리조차 없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일본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 당시 현지조사 권리를 명시했다.”

-검역을 강화하면 광우병 쇠고기가 걸러지긴 하나.
“국제적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검역 비율은 3%에서 10%로 늘린다던지 하는 것이 광우병 방역에 유효하다고 학술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 이건 단지 쇼일 뿐이다. 수입중지도 할 수 없고 검역중지도 할 수 없는 입장에서 하는 제스처이지 실효성은 없다.”

 -이번 사태는 당시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얼마나 비겁하냐면 이번 광우병은 고령우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것이냐? 아니다. 정부는 2008년 당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은 안전하고 이것이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 조건으로 미국과 공식적으로 협상했고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즉, 30개월 미만 쇠고기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2008년에 했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 동안 촛불시위는 비과학적이고 선동된 적이고 정치적으로 ‘좌빨’이라고 비난했던 정부가 촛불시위로 얻은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냥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 정부와 보수언론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정부가 앞으로도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면 당장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미FTA를 타결하면서 미국이 공헌한 것이 있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협약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도 요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당장은 촛불 때문에 안전하지만 현 정권이 한미FTA를 타결함으로써 그나마 촛불로 지킨 안정이 흔들리는 시점이다. 만약 2008년 정부가 주장한대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광우병 공포로 대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지금 4만 마리를 검사했을 때 1마리 나온 것인데 나머지 소들에게서 얼마든지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년간 안전하다고 했던 30개월 이상의 저가 쇠고기를 수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광우병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일본이나 유럽도 수입중단하지 않으니 우리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전형적인 물타기 논법이다. 일본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 멕시코는 미국이 동물사료 강화 조치가 실현한 뒤인 2009년 미국으로부터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와 상관없다. 캐나다는 자국에서도 계속 광우병이 발견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나. EU는 제소당하면서도 성장호르몬을 문제삼아 일부 소량만 수입하지 대부분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즉,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조건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30개월 이상도 안전하자는 입장이고 또 그런 조건으로 협상했으며 FTA 이후 미국으로부터 추가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와 똑같이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

-조선일보는 4년 전 정부는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 중단을 약속했지만 여야 합의로 정부에 재량권을 주는 식으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사실인가.
“이명박 정부가 그 당시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며 주변 나라도 다 우리처럼 수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외교 문서에는 이 발언은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 관리에게 이야기했던 말이고 한국관리는 국민들에게 앵무새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완전개방한 후 주변국에도 이를 강요할 예정이었다.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더 엄격한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여야합의한 것은 맞지만 대만이 우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을 때 어떻게 했나. 한국 관료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은 안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이렇게 되면 재협상 요구가 나오니 제발 대만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비참한 얘기다.”

-이번 광우병 사태가 암시하는 바는 뭔가.
“30개월 미만 수입은 한시적일 것일 뿐 공식 협정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 모두 수입하게 돼 있다. 이번 발견이 고령우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4만 마리 중에서 한 마리 나왔다는 것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때 미국산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미국의 입장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2008년의 주장이 비과학적이었고 그것에 의해 맺은 협상 조건이 광우병 사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입조건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재협상해야 한다. 내장을 제외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해야 하고 미국 현지에 가서 광우병 위험을 조사하고 제재·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돈을 내고 사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2008년 협상은 모든 것을 개방하고 권리까지 미국에 다 내줬고 뭐든지 미국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보수언론의 태도도 짚어봤으면 한다.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던 자신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어떻게 뻔뻔하게 그렇게 말하나. 지금 와서 30개월 미만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촛불의 주장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성이나 재협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촛불에 의해 얻어진 요구를 표절하고 있는 셈이다.”

-보수언론은 2008년 당시에도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매도했다.
“쇠고기 수입협상의 주무자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번 총선 기간 중 전주에서 ‘자기가 한 쇠고기 협상은 너무나 잘한 것이며 촛불시위는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가 먹힐 수 있었던 건 언론매체가 악역을 도맡아했기 때문이었다.  조중동이 무조건 미국의 주장이 옳다고만 했다. 만약 이들 언론이 과학적으로 지적해 수입협상이 제대로 됐다면 우리는 광우병 소가 나와도 태평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씨에게도 책임이 크지만 그 당시 종합편성채널 문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정권에 아부했던 언론들부터 이번 기회에 정신 차려야 한다.”

-조중동이 그렇게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사주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본다. 초기에는 종편을 특정 언론사에만 주지 여러 군데에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출 의사가 있는 언론사들이 모두 정부에 목매단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 전문기자가 당시 나에게 ‘자기는 솔직히 양심적으로 쓸 수 없다. 양심적으로 쓰면 편집국에서 안 받아준다’며 아예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한 전문기자 역시 내가 ‘제대로 써야지’ 하면 반응이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싣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더라. 다 사주 방침이 정해졌다는 말이다. 종편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것이 시작이었으며 그것이 회사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보수언론에 있는 기자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갈등했거나 침묵한 기자도 있고 적극적으로 사주의 이해관계에 가담한 기자들도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