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경영 기자(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에 문자욕설 등의 이유로 사상초유의 해임 처분을 내려 KBS 안팎의 비난이 치솟고 있다. KBS 내부의 직능단체 뿐 아니라 32년차 기자까지 해임처분의 취소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이 끝난 뒤 본보기 보복징계를 하려다 되레 역풍을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BS는 지난 20일 중앙인사위원회를 열어 최 기자를 품위유지 위반·오손행위 등으로 사규를 위반했다며 해임처분을 결정, 본인에게 통보했다. KBS는 사내 집회 당시 욕설발언과 문자욕설에 의한 것이라며 24일 중앙인사위 명의로 작성된 채증자료집까지 공개했다. ‘이명박의 강아지’ 등의 표현을 두고 KBS 중앙인사위는 “공영방송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욕설과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KBS의 이런 설명에도 안팎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KBS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그래픽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여성협회, 촬영감독협회, 촬영기자협회, 카메라감독협회, 프로듀서(PD)협회 등 10개 직능단체는 24일 공동 성명을 내어 “최경영 기자가 ‘9시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출간해 김인규 사장을 비판하고, KBS새노조 공추위 간사로서 KBS 뉴스 비판, 사장 비판을 위한 ‘김인규 걸작선’ 제작, 불법사찰 진상조사위원장 수락 등의 행위를 한 데 대한 보복성 징계차원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해임 통보를 파업 업무복귀 명령과 동시에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들은 “조속한 파업 타결을 원하는 대다수 직원들의 희망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다큐멘터리국·드라마국 등 소속 22명의 현직 팀장(PD)들은 이날 사상초유로 최 기자 해임에 항거해 보직사퇴를 하고 파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전날엔 입사 32~20년차(공채 9~20기) 노장 기자 37명이 연명으로 해임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KBS 새노조는 “최소한의 저항 몸부림마져 해고라는 살인을 저지른 김인규 사장의 오만함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는 해임 통보를 받은 직후 트위터에 “잡초처럼 살아남아 우리 역사의 마지막 권위주의 잔당들을 청소하는데 일조해야죠”라며 “허허로운 밤, 그러나 마음은 찬 호수처럼 명징합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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