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들이 김용민 막말 사태가 야당의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실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총선 직전까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대표이사 이택수)는 24일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따라 선거 6일 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돼 있어 발표하지 못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서는 지난 2일부터 총선 하루 전 10일까지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37.1%,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은 34.4%로 나타났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터진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와 비교해 오히려 새누리당은 1.1% 올랐고, 민주당은 2.5% 하락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가 야권에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3일에는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41.0%,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이 34.2%로 양당의 격차는 6.8%로 전날보다 더 벌어졌다. 그리고 4일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되는 마지막날 김용민 막말 사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지만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41.7%,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은 35.3%로 오히려 더 올랐다. 양당 격차는 6.4%였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첫날인 5일에도 양당의 후보 지지율은 각각 41.2%, 34.3%로 큰 변동이 없었다. 지난 6일 새누리당이 김용민의 발언을 특정 종교 비난 발언으로 몰아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총공세가 시작됐지만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41.6%,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34.7%로 전날 6.9%의 격차가 유지됐다.

이택수 대표 이사는 "여러 언론을 통해 김용민 파문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논문 표절 논란을 모두 날려버리고 야권 전체를 궁지로 몰아낸 것처럼 보도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이전에 발표된 지지율과 비교할 때, 이상하리만큼 지지율 변동이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가 없는 주말을 거쳐 총선 이틀 전인 9일에도 양당 지지율은 각각 40.4%, 35.0%를 기록해 오히려 5.4%로 양당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권심판론과 나꼼수의 삼두노출 퍼포먼스를 거치면서 여야 지지율 격차는 다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막판 야권 반격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했다. 총선 하루 전 10일에는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하루 전과 비교해 0.1%올라 40.5%를 기록했고, 민주당 후보 지지율도 1.3% 올라 36.3%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선거 이후에 실시된 여러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서 김용민 파문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로 봐서 246개 지역구 의석의 경우 김용민 파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한 추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 패배의 주요 근원지로 꼽히는 강원과 대전, 충청에서는 민주당 나꼼수의 반격이 시작된 마지막 주말 이후, 지지율이 급격하게 회복되는 그래프 곡선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표는 "선거 막판 김용민 파문에 대처하는 야권의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로 인해 열세였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논문표절, 성희롱 파문과 같은 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장장 4일간 여기저기서 노출시키면서 중도 관망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이끄는데도 실패했으며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할 모멘텀 역시 만들지 못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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