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더 높게 책정하고 거액의 차입금을 들여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져 무리하게 사옥을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기대 사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노조 등 내부에서는 지나친 차입이 제작비와 인건비에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EBS 디지털통합사옥 건립 기본계획’, ‘통합사옥 신축에 따른 중장기 재정 전망’ 등 내부 문건에 따르면, EBS는 총 공사비 2044억 원 가운데 정부로부터 617억 원을 지원받고, EBS 도곡동 본사 매각대금 477억 원에 적립금 250억 원으로 70%의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때 차입금은 700억 원이 발생한다.

문제는 정부지원금과 차입금 규모. EBS가 정부지원금을 617억 원을 책정한 것 역시 EBS의 기대사항일 뿐이어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차입금 규모가 막대하게 늘어날 수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실무안에 나온 정부 지원금은 317억 원으로 돼있다. EBS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계획의 두 배를 지원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이 EBS의 희망대로 되면 괜찮은 걸까. 그렇지 않다. 문건에 있는 ‘참회계법인’의 중기(2012~2015) 재정 전망을 보면 차입금 누계는 오는 2015년 911억 원에 달한다. 해당 보고서는 “EBS 요구대로 국고가 지원돼도 차입금 규모가 크고, 이자율도 높아짐에 따라 차입금 확보 및 원금 상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법인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기재부에 의해 추가재원이 조달되고 △수능사업의 EBS 자부담 30% 정도 경감 및 물가 대비 수능연계 교재 정가 인상이 이루어졌을 경우 차입금이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인건비와 사업비 증가, 청사운영비 증감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며, 3년 동안 경비 절감 등 긴축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나온 결론이다. 또한 수능 관련 사업은 EBS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한 분석이다. 회계법인은 정부지원금 추가 확충 및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도 오는 2021년까지 원금 상환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차입금 규모가 더 늘 수 있다는 게 현실적인 전망이다. 이럴 경우 차입금이 오는 2021년 1379억 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649.2%까지 치솟게 된다. 결국 원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돼 재정 부실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EBS의 통합사옥 건립에 동의하고 있지만 현행 재원 조달 계획에 대해 “사측의 ‘희망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EBS가 계획하는 통합사옥은 EBS의 몸집에도 맞지 않고, 자칫 흑자도산의 위험성도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차입규모를 줄이고 단계적으로 실행해가야 하며, 제작 여건과 노동 조건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류성우 EBS 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차입 규모를 최소화하고 단계적으로 건축해 제작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지난 사장 때도 재원 조달 문제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계획 없는 사업 추진을 비판했다.

류 지부장은 “700억 원 이상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흑자도산, 하우스푸어가 될 수도 있다”면서 여러 예측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비용절감이 불가피해져 결국 제작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BS는 이 같은 계획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성호 EBS 홍보사회공헌부장은 “차입금은 400억 원도 될 수 있고, 1000억 원도 될 수도 있다”며 “직원들이 걱정하는 제작비 절감 계획은 없고, 다양한 변인을 고려하고 노조와 협의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부장은 재원 마련 문제에 대해 “곽덕훈 사장 등 임원들이 공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방통위와 정부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이전함에 따라 우면산 스튜디오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빨리 시작해야 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BS는 현재 개발원 부지 내 건물을 임대해 스튜디오 4곳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EBS는 지난 2008년 경기도와 협약을 맺고 고양시 고양관광문화단지에 연면적 6만6250㎡에 29층 규모(지상25·지하4층)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 경기도 및 경기도시공사와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고, 9월 KDI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달 말 이사회에서 계획을 승인하면 설계 입찰에 들어가 이르면 올해 안에 첫 삽을 뜰 것으로 EBS는 기대하고 있다.

통합사옥에는 5~7개 스튜디오가 들어갈 예정이다. 애초 계획은 4132㎡(1250평) 7개 스튜디오였고, 수요 분석 이후 5개 스튜디오 3570㎡(1080평)으로 수정이 요청된 상태이다. 현재는 6개 스튜디오가 1385㎡(419평)규모이다. 자료보관실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710㎡(820평)로, 세트실은 4배 가까이 넓어진 3,404㎡(1030평) 규모로 확장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추진계획에는 여의도와 강남, 세종시와 제주시에 스마트워크센터도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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