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여론조사 보도’로 콘텐츠 판매에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이제 검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와 같은 ‘여론조사 악몽’을 재연할 것인지, 족집게 예측이라는 긍정 평가를 받게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4월 6일 주요 신문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목할 대목은 언론이 공개한 조사는 지금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사 시점의 제약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4월 5일 0시 이후 조사된 결과는 언론이 보도할 수도, 일반인이 인터넷 등에 공표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언론이 지금 발표하는 여론조사는 4월 4일까지의 결과가 가장 최근 자료라고 보면 된다.

언론은 4월 6일자 지면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박빙 승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주목할 대목은 언론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실제로 초박빙으로 예측했던 지역이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나올지, 다른 결과가 나올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의 수치에 매몰될 경우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치권에서 이름을 달리던 정치분석가, 정치전문기자, 각당 전략기획 전문가들은 줄줄이 망신을 경험했다.

언론들은 선거 당일 아침에 배달된 신문에서도 실제 박빙 지역이 어디인지를 맞히지 못했다. 0.6%포인트라는 역대 서울시장 선거 역사상 가장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지만 언론은 박빙은커녕 접전지역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투표 결과를 보지 않아도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다는 시그널이었다.

당시 언론의 선거 예측 실패는 여론조사 수치에 매몰되고 각 당 전략기획 전문가들의 ‘워딩’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여론조사 발표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 정치’를 감행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민심의 용광로’가 결국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다양한 변수들은 부분적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판세 자체를 뒤흔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어떤 호재나 악재도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악재를 접한 쪽은 위기를 느껴 거꾸로 결집하는 경우도 있다.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조사는 수치를 발표하는 것이기에 판세를 궁금해 하는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뉴스 콘텐츠’로 볼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꼼수’를 알지 못하면 여론 왜곡을 부르는 위험천만한 존재일 수도 있다.  

언론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진짜 민심’이 선거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20~30대만 투표참여운동은 물론 40~50대, 6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해야 진짜 민심이 선거에 반영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냉소를 조장하고 진흙탕 싸움을 부추기면서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언론의 꼼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언론은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유권자는 오래 전에 어떤 선택을 할지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4월 11일 투표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들의 선택이 결국 민심이다. 여론조사에는 담기지 않는 민심의 선택에 따라 선거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주요 정당도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오늘이 선거 D-5일이다. 이제 5일만 지나면 그토록 기다리던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다. 4.11 총선은 특권재벌경제냐 민생서민경제냐의 선택”이라며 “지금 선거 판세는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하지만 맹추격중이다. 믿을 것은 국민뿐”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대표는 “국민 앞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은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이제 다시 우리세상이 왔다고 환호할 것”면서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서 바꿔야 한다. 국민여러분 투표해 주십시오. 내 한 표를 더하면 국민이 이기고, 내 한 표를 버리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긴다. 투표하면 바뀌고 바뀌면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이런 정당들이 연대해서 다수당이 된 국회의 모습을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동반낙선해서 좌파후보 당선시켜서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분하고 억울한 것, 그리고 책임지울 것은 선거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또 우리 새누리당 후보 중에 타우파정당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사퇴를 하고 타우파 정당후보를 지원해서 나라를 구하자”면서 우파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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