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치는 부둣가엔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열정이 살아 숨 쉬는 ‘야도’ 부산이 술렁이고 있다. 4월 11일 19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기 때문은 아니다. 여기에서 ‘야도’는 야당의 도시가 아닌 야구의 도시를 말한다. 오는 4월 7일 2012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야구를 향한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는 전국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 시민=롯데자이언츠 팬’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이다. 롯데는 최근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꼽힐 만큼 강팀 대접을 받고 있지만, 1992년 마지막 우승을 경험한 이후 20년 동안 다른 팀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1992년은 부산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시작되는 한해이다. 부산이 야구가 아닌 ‘야당’을 상징하는 야도로 불린 때가 있었다. 1979년 유신독재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됐던 ‘부마항쟁’의 중심지가 바로 부산이다.

1988년 13대 총선까지만 해도 부산 15개 지역구 중 1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민정당은 1곳 승리에 그쳤다. 그러나 민주당을 이끌던 정치지도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보수정당의 품에 들어가면서 부산에서 ‘야도’는 그냥 야구의 도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부산 총선 성적표에서도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92년 14대 총선 부산 21개 지역구 신한국당 후보 전원 당선, 1996년 15대 총선 부산 21개 지역구 신한국당 후보 전원 당선, 2000년 16대 총선 부산 17개 지역구 한나라당 후보 전원 당선, 2004년 부산 18개 지역구 중 한나라당 후보 17명 당선이라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민정당의 후예인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져 온 지금의 새누리당이 부산 총선을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과 친박연대 돌풍으로 한나라당이 고전하기는 했지만, 결국 모두 복당하면서 1명을 제외한 17명 모두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으로 재구성됐다.

1992년 이후 2008년 총선까지 부산에서 배출한 95명의 국회의원 중 민주통합당 등 지금의 야권이 당선된 것은 2명에 불과하며, 국회의원 배출 확률은 2.1%에 불과하다. 부산을 한나라당 텃밭으로 부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이후 암흑기가 이어진 것은 롯데자이언츠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산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무려 20년 만이다. 2004년 ‘탄핵 역풍’ 때도 지금의 야당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19대 총선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부산에서 20년 만에 복수의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소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내고, 잘하면 3~4명, 어쩌면 그 이상의 당선자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이 총선 이후 정치변화의 역동성을 몰고 올 태풍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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