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비밀의 장막'이 벗겨졌다. 가 30일 새벽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광범위한 사찰 내용은 충격을 넘어 경악 그 자체이다.

YTN 배석규 사장의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사찰팀 보고서가 나온지 한 달 만에 정식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내용, 민간인 사찰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사찰 내용 등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겨레21 편집장 실명을 거론하는 등 진보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도 자행됐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형님에게 반기를 들었던 여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벽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사찰 대상이 된 서울대 병원노조 등의 사례는 법 위에 군림하던 '영포라인'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들이 주축이 돼서 구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 등 민간인과 기업인, 정치인 등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했다. 국가기관의 공식 체계를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권력, 대통령의 고향으로 불리는 영일 포항 출신 인사들에게 그러한 권력을 누가 부여한 것일까.

영포라인이 주축이 된 이번 민간인 사찰 사건은 3얼 30일 새벽에 내용을 공개한 는 물론이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를 비롯해 주류와 거리가 있는 언론들의 집념과 땀의 노력에 따라 세상에 공개한 사건이다.

특히 '이털남'의 노력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을 뒤흔들 이번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주목할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을 뒤흔들 사건도 검찰의 '대충 수사', 언론의 '의도적 침묵'으로 묻힐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증거인멸로 감춰진 비밀 속에는 얼마나 더 광범위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숨겨져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대통령 고향사람이 주축이 된 '비밀 경찰'이 활개를 치고 불법 탈법을 자행하는 현실, 비밀의 장막 뒤에 숨겨진 모습은 일반인들의 숨을 턱 막히게 할 내용이다.

당연히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하야'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번 사안은 정권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심각한 것은 이 내용이 VIP에게 보고 됐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MB·새누리 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한 바 있다. 이제 범국민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총리실의 대규모 민간인 불법사찰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린한 이명박 정권 최악의 사태로, 정권을 내놔야 할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하야'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는 것은 사안의 휘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이미 시작됐고 이제 12일 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여권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밀월'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터졌다. 이번 사건은 야권연대 성사로 불씨가 되살아난 'MB심판론' 열기를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야당은 이미 민간인사찰 대책위원회 구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 11일 총선까지 이번 논란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이 '야당 책임론'을 들고 나올 경우 여론의 냉소를 부르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쪽에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저질렀던 민간인 사찰의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사찰 대상에 과거 한나라당의 비주류였고, 이번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뛰고 있는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하는 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찰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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