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아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 달여간 전국순회에 뛰어들며 ‘정권심판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나 27일에도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부산을 방문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맞상대인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를 격려했다. 언론들도 박 위원장과 손 후보와의 만남과 함께 한때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박 위원장에게 등을 돌렸던 김무성 의원의 전격 지원을 부각하며 이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 28일자 5면 기사 <白衣종군 김무성, 2년 반 만에 박근혜와 악수>에서 그 현장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 의원은 기장시장 내 식당에서 상인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동안 찐 게 껍데기를 까서 박 위원장에게 건네기도 했다”며 “친박계의 서병수 의원이 오찬장에서 ‘김무성 선배가 큰 힘이 돼 줬다’고 했고, 유기준 부산시당위원장이 김 의원을 앞으로 이끌어 박 위원장과 손을 맞잡게 하기도 했다”고 ‘화해모드’를 부각했다. 

총선 전 민심을 잡고 당내 반발 집단과 손을 잡는 제스처를 연출한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유일한 총선 전략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까지 퍼진 MB정권 및 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박근혜 대통령’론으로 잠재워 보려는 의도다. 또한 여권 내에는 박 위원장만큼 득표력을 가진 인물도 없다. 

이혜훈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도 서울신문과의 27일 인터뷰에서 “17대 선거 때는 (박 위원장이) 하루에 20곳을 방문한 기록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번에 박 위원장의 각오는 그때보다 더 결의에 차 있다”며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의 지역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난번 박 위원장이 방문한 뒤 지지도가 꽤 올라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새누리당의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앙일보는 6면 기사 <박근혜만 바라보는 새누리>에서 “박 위원장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다 보니 역설적으로 정작 후보들은 눈에 잘 안들어온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며 “박 위원장 개인만 부각되면서 당의 정책·공약은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박 위원장이 지방에선 상당한 위력이 있지만 서울에선 한계가 있고 연령대별로 20~30대에 취약하기 때문에 당이 이를 보완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수도권의 한 당직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 <이념공세 색깔론 vs 실정 동반책임론>에서 야당을 향한 박 위원장의 이념공세가 오히려 수도권 민심을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철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야당을 겨냥한 이념공세를 강화했다”며 “그러나 당안에서조차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선거를 망치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원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선 의원은 “당의 수도권 후보를 다 죽이려는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은 또 이념 타령이냐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수의 수도권 의원들이 ‘이건 진짜 아니지 않으냐’라고 한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초선 의원도 “지금까지 낮은 자세로 ‘더 혼내달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호소해 간신히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당이 공세를 취한다는 것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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