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방송사, 통신사 등이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17일 공포돼, 금명간 시행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이 공포돼 오는 8월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전혜숙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대안 법안으로 처리된 것으로, 사업자가 무분별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인정보 누출 시 이를 즉시 이용자에게 알리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법안(23조2)에서는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용자의 주민등록 번호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본인을 확인하는 방법(대체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예외 경우는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법령에서 이용자의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하는 경우 △영업상 목적을 위해 이용자의 주민번호 수집·이용이 불가피해 방통위가 고시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법 시행인 8월부터 2년 이내에 보유 주민번호를 파기 △이 제공자가 개인정보의 분실·도난·누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해당 이용자에게 알리고 방통위에 신고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는 ‘개인정보 유효기간제’ △인터넷 사업자 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 이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이용자에게 통지 등도 시행된다.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포털, 통신사, 방송사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처리된 법안(67조)에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준용” 방침을 신설해,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도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금지하도록 못 박았다. 

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 같은 법령을 어겼을 경우 방통위가 사업자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작년 MBC(자회사 포함)의 총매출액 1조80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180억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번에 시행된 이 법은 작년에 포털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된 것이 계기가 됐다. 네이트 싸이월드 3500만 명, 넥슨 1320만 명 등 작년 하반기 들어 대형 개인정보 침해 사고와 피해가 발생했고, 해당 업체를 비롯해 다른 포털들도 올해부터 주민번호의 이용·수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법 시행은 사후 대책이 아니라 사전 대책으로서 주민번호 수집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라며 “개인보호 정책의 큰 변화와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돼 시행되는 법안에도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라고 지적돼 온 조항은 개정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제29조(본인확인조치) “모사전송ㆍ대면확인 등을 통하여 게시판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것”,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한 때부터 게시판에서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번에 법안이 시행돼도 주민번호 수집은 금지되지만, 이외의 개인 정보 수집·이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 이후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향후 관련된 후속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통화에서 “이번 법안은 망법에 나온 인터넷 실명제 조항을 폐지하지 않고 피해갔는데, 결국 이용자들은 개인정보를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법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간사는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며 정부도 정치적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돼 이미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불안감에서 살고 있는데, 주민등록 제도의 폐지를 비롯해 근본적인 개인보호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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