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 등산복 브랜드를 입고 학교에 등교했다고 한다. 이 등산복 브랜드로 학생들의 계급이 나뉘고 폭력사태까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에 걱정하는 선생님이 그 초등학생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건 그냥 등산복이란다. 왜 그걸 입고 오니?”, 그러자 그 초등학생이 대답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교육이 산으로 가서요”

흔히 ‘공교육의 위기’라고 한다. 교권은 추락하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폭력이 횡횡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우려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문제의 진단도 제각각이고 이에 따른 해결방식도 제각각이다. 다만 최근 진보적 정책을 내세운 교육감이 당선되는 등 과도한 경쟁체제 완화의 방식으로 공교육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종 선거를 지배하고 있는 무상급식의 경우에도 밥을 먹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육의 영역에서 밥을 제공하려는 의미가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계급차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인권과 책임의식을 부양하기 위한 방편이다.

보수진영은 무상급식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왕따와 폭력을 유발하는 것’이란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과연 아이들이 공평하게 밥을 먹는 것에 무슨 정치적 의도가 필요하며, 학교급식조례가 있어서 지금의 공교육 붕괴가 일어난 것인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공교육의 붕괴와 혁신의 중요성이 대두되니, 주변 국가나 이른바 선진국들의 공교육 개혁에도 눈길이 간다. 그런데 마침 미국 워싱턴DC의 교육감이 젊은 한국계라 그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반영해 신간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처트 위트마이어가 워싱턴DC 교육감, 미셸 리의 일대기와 그의 교육개혁 방식을 알리는 책이다.

미셸 리가 직접 참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은 미셸 리가 취임 이전 교육성과가 좋지 않은 워싱턴DC의 공교육을 우수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 미셸 리의 교육개혁 방식은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부실학교를 통폐합하고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들을 대량 해고하는 식이다.

‘불도저’ 같은 방식으로 미셸 리는 주간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그는 여기서 빗자루를 들고 서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의 개혁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워싱턴DC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운 만큼, 그가 학교를 통폐합 하고 ‘무능한’ 교원을 해고하는 방식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의 분위기가 어떤지 분석하기 쉽지 않다. 이 책도 미셸 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그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자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기록하고 있지 않다.

다만 “학교와 교사의 자질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실력도 높아진다”는 그의 교육관이 국내에 접목될 경우 어떠한 형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짐작은 가능하다. 보수언론과 교육계는 그의 ‘성공’사례를 내세우며 교원평가제와 학교 경쟁체제를 펌프질 할 것이다.

족벌사학과 부패사학이 장악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대학 서열화로 학생들이 새벽부터 새벽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경쟁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현실에서 학교 경쟁체제는 학교에 돈을 벌어주는 것과 비례해 아이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교원평가제도는 이에 반발하는 교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성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고 재단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미루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교육이 처참하게 무너진 이유다. 여기에 기득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평준화 제도는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고 신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곽노현과 김상곤의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다소 위험하다. 미국의 현실이 우리와 얼마나 비슷할지 알 수는 없으나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셸 리는 이 책의 서문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사회에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성실한 노력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배경일 수밖에 없으며, 학교와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공 여부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주장 말이다. 나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과 경제를 위해서도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보통 한 사람의 개혁방식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가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증명해야 한다. 때문에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의 교육개혁 내용을 소개하려는 책이지만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제목을 <미셸 리의 도전> 류로 지었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잠든 교실을 깨워라>다.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 리처드 위트마이어 / 임현경 역 / 청림출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