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파문이 커지고 있는 ‘전대 돈봉투 사건’을 두고 당 쇄신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일로 인해 여기에 발목이 잡혀 우리의 쇄신을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며 “저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긴 이유도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당을 새롭게 쇄신하라는 책임과 의무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힐 것이고 또 앞으로도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면 다 털고 갈 것”이라며 “또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본 뒤 이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발언은 ‘전대 돈봉투 사건’에 대해 대응은 하되, 자칫 이번 사태가 당내 쇄신 작업과 19대 총선 준비 등 모든 사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대두되는 것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상적 얘기지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처벌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공천을 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모든 인사가 검찰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당이 풍비박산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퍼지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사실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이걸로 바로 인식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끝났다”고 말했다.

또한 당내 쇄신파들은 이번 사건과 당의 진로를 결부시키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이었던 '재창당'에 대한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남경필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 8명과 탈당한 정태근 의원은 지난 6일 저녁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평가와 돈봉투 사건 대책 등을 논의하며 ‘재창당’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남경필 의원은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당 해체 후 재창당으로 가야 하는 모멘텀(계기)를 제공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비대위 위원인 김세연·주광덕 의원과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 당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도 참석했다. 

정태근 의원은 9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도 출연해 “이 문제뿐만 아니라 관행화됐던 모든 문제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함께 다시는 정당을 이렇게 운영하지 않겠다고 하는 선언이 있어야 한다”며 박 위원장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앞서 고승덕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돈봉투를 돌린 인사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했다. 고 의원은 검찰에서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노란 서류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돈봉투 살포가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당시 1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뿌린 인사도 있다’고 발언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도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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