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해 판결의 내용 뿐 아니라 선고일을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BBK 의혹 제기’를 했던 이들에 대한 명예훼손 민사재판의 재판부는 대부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는 점에서 모순되고, 정 전 의원이 구속수감됐다 풀려날 시점이 대선결과가 나온 다음이라는 점도 새로운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나는 꼼수다’ 출연진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황희석 변호사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의 대법 확정 판결을 두고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황 변호사는 우선 이번 판결이 민사소송 때의 판결 취지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했다. 황 변호사는 “비슷한 내용을 얘기했던 김경준씨의 변호인 2명과 박영선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주진우 기자의 민사소송 판결을 모두 다 기각했다”며 “정 전 의원 경우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정봉주의 주장이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공익적 이유가 있으며, 나름대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또한 BBK 주가조작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결했다”며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이에 비춰볼 때 이번 형사 상고심 판결은 전혀 상반되고 모순돼 있다”며 “정 전 의원 등의 주장이 민사재판 땐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으나 형사재판에서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이런 모순적 판결이 나온 이유와 결과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6일 서울고법 민사19부(고의영 부장판사)는 ‘BBK 사건’ 수사팀 9명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정술 변호사 등 김씨의 변호인단과 정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변호인단은 김씨의 자필메모 이외에 가족, 친지와의 통화 녹취 등을 통해 같은 취지로 말한 것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을 했으므로 근거없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검사의 고유직무인 수사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국회의원으로서 검찰 수사결과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활동”이라고 판단했었다. 정 전 의원이 2007년 12월 “검찰이 BBK가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를 수사과정에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민사재판부는 ‘정당한 업무활동’으로 봤고, 형사재판부는 ‘허위사실 유포’로 본 것이다. 완전히 모순된 판단이다.

또한 황희석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부의 선고기일을 지난 8월18일로 잡았다가 돌연 12월22일로 연기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8월18일)는 대법원이 확정 통보한 선고기일이었으나 돌연 ‘추후지정한다’고만 했다가 다시 지난주에야 12월 21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대선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게 황 변호사의 의문이다.

황 변호사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선고를 8월에 한다고 했다가 왜 갑자기 연기했느냐. 당시에도 선고기일을 ‘추후지정’, 즉 선고기일 안잡는다고 했다가 지난주에야 오늘로 잡은 것”이라며 “이는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결된다”고 추론했다.

정 전 의원는 월요일(26일)쯤 입감돼 1년 간 형을 살아야 하는데, 내년 선거일은 12월 19일이라 정 전 의원이 풀려났을 땐 이미 대선이 끝난 다음이라는 것이 황 변호사 분석의 요지이다. 황 변호사는 “이렇게 선고기일의 날짜를 잡은 것은 다음 정치일정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추론했다.

“주심 대법관 등 재판부가 이미 지난 8월에 논의를 마치고 기일을 확정 통보했다. 결론이 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 지난주에야 기일을 확정했다. 따라서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조율했다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내년 대선때까지 정 전 의원이 등장하지 않도록 선고기일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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