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의 극심한 편파보도로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조차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런 시민들 가운데,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 ‘MBC 지키기’에 열의를 보였던 시민들일수록 더욱 MBC 취재진에게 거칠게 몰아붙인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때 PD수첩 응원을 위해 팻말시위도 하고, MBC 파업 땐 지하철에서 손수 노보를 배포할 정도로 열렬히 MBC를 지지했던 이효동(38·카페 ‘8·15 평화행동단’ 회원 닉네임 ‘샤’)씨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4년 가까이 동안 MBC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그 ‘애증’의 심정을 털어놨다.

이씨는 지난 2008년 PD수첩과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당시 막강한 신뢰도를 받는 프로그램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현재의 MBC에 대해 이씨는 “편파보도 뿐 아니라 국민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소식이 보도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시위대)측과 정부(경찰)측이 보도자료를 내면 경찰의견은 반영되도 시민들의 의견은 생략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때문에 지금 뉴스는 SBS가 가장 낫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MBC 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MBC가 황우석 때 국민들에 욕을 먹었지만, 신뢰를 확보했다. 하지만 현재의 뉴스데스크는 이 정도의 치열성이 없다”며 “디도스 수사결과 보도의 경우 뉴스나 PD수첩에서 ‘디도스 공격은 27세의 최구식 의원 비서이자 9급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단독범행이 아니다’라는 수준의 멘트는 의미가 없다. 뉴스를 안봐도 우리끼리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이 멘트까지 나오는 과정과 치열함이 뉴스 또는 프로그램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취재현장에서 MBC 취재진에게는 ‘내보내지도 않을 것이면서 알리바이용으로 찍으러 왔느냐’는 비아냥과 조롱이 터져나온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SBS의 경우 8시뉴스에 내기라도 하지만, MBC 뉴스는 하루를 넘겨 다음날 아침에 보도한다. 이러니 분노를 안할 수 없다”며 “MBC가 권력에 장악된 상황을 알지만 뉴스에 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이씨는 “MBC 기자 역시 피해자라면 우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자(기자)에게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 기자들이 현장을 ‘찍어가든, 안찍어가든’ 결과는 똑같다는 데에 있다. 어차피 방송은 안된다. 이래서 꼴보기 싫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시민들이 폭력까지 쓰는 것은 잘못이나 이런 분위기를 당분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방송민주화 투쟁의 전통을 자랑하는 굳건한 노조가 있는데도 왜 이렇게 MBC 뉴스가 조중동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천대를 받고 있느냐는 의문도 남아있다. 이효동씨는 “MBC는 노조간 이견도 없고, 오래 전부터 쌓아온 신뢰도가 있었기 때문에 좀더 굳건히 버틸 수 있다고 했고, 그럴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무너졌다”며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MBC에 과한 기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씨는 “과도한 성원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KBS SBS가 지나친 비난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권 초기 MBC에 대한 신뢰는 높았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구성원에 대한 신뢰까지 이어졌을 정도였다. 그러나 뉴스의 추락을 보면서 배신감이 더 큰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MBC 구성원들이 그동안 현장과 너무 멀어져있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MBC는 그동안 어디서 뭘했나’는 생각 때문에 MBC KBS 앞에서 촛불을 들었던 분들이 더욱 극악스럽게 두 방송사 기자들을 현장에서 몰아낸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김재철에 장악됐다고 해도 일상적인 통제에 기자들이 얼마나 끊임없는 저항과 싸움을 했느냐”며 “그런 것 때문에 시민들이 멀어지고 신뢰가 떨어진 것 아닌가 한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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