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은 아무도 없다. 여기엔 법이 없다. 강정마을이 아니라 ‘똥강정’이라고 할 정도로 정부와 제주도정부, 해군, 경찰, 언론 모두로부터 무시 받고 있다.”

12월 3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제6차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 원아무개(여·70)씨의 말이다. 그는 “도·경찰·군인이 한패가 돼있고, 국민을 지켜야하는 군인과 정부가 우릴 속이니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느냐”며 “언론도 반대하는 사람 의견은 전혀 보도 안 해주고 정말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1000여명(경찰 추산은 500명)이 참여했다. 저녁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제주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 앞 야외무대에서 본격적인 촛불문화제 행사가 열렸다.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 시민들,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함께했고 강정마을과 연대해온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도 참석했다.

평화의 촛불을 밝히는 행사에 700명 가량의 경찰력이 투입된 역설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서귀포 경찰서 경비계에 따르면 이날 강정 촛불문화제 행사 통제를 위해 서울 기동대 중대에서 350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됐고 서귀포경찰서 경비계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경찰력이 출동했다. 실제로 촛불문화제 행사장 인근에 약 10대의 전경버스가 배치해 있었다. 촛불문화제 행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내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오후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강정 의례회관에서는 마을회에서 준비한 ‘평화떡국’이 무료로 제공됐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영상도 상영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과정에서 활동가들과 마을회가 직접 촬영한 각종 영상들이다. 그중에는 10월 2일 대학생들이 10월 2일 밤 구럼비 바위를 보기 위해 해군이 쳐 놓은 펜스를 넘으면서 해군특수부대에게 폭행을 당한 증거영상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다쳤고 한 학생의 옷이 찢어지고 살점이 뜯겨나갈 정도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5년 가까이 지속되는 해군기지건설 반대 싸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해군기지건설 반대를 이유로 ‘특수공무방해죄’로 구속됐다가 지난 달 23일 석방된 강동균 마을회장에 대해 강정마을주민 박아무개(남·74)씨는 “못 풀려날 줄 알았는데 풀려나서 감사한 일”이라며 “죄가 있든 없든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안검사가 ‘공안사범’으로 처리해서 잡아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동균 마을회장과 함께 구속됐다가 지난달 23일 석방된 김동원 활동가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도나 윗선에서 그들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아 마을이 홀로 3-4년간 싸워야 했다"면서 "5년 가까이 싸우면서 무력감과 불신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김동원 씨는 “기지건설에 반대하면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외부인에게 반대 사실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실명을 밝히길 주저하거나 인터뷰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코사마트 주인은 “해군기지건설은 안 된다”며 “그러나 더 이상 이유는 묻지 말라”고 강하게 거부했다. 해군기지건설현장 해양감시(S0S) 활동가 박아무개(활동명 ‘따개비’)씨는 “9월 2일 육지(서울)에서 1000여명의 전투경찰이 내려와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구럼비 바위 근처 해안에서 강제로 몰아내고 46명을 연행했다”며 “제주 4·3사건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육지 경찰이 내려온 것이고, 이에 대해 주민들 반감이 크고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해군기지 건설 중지의 현실적인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한애라(여·제주시민)씨는 “도지사(우금민 제주도지사)의 의지가 확실하면 제주해군기지건설을 중지할 수 있다”며 “도지사가 당선 전엔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한다고 했으나 당선되고 검찰에 오가더니 꼬투리를 잡혔는지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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