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전면에 나서서 당을 정비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들 신문 지면에서는 2040세대의 한나라당 외면과 안철수 신드롬으로 현 지도부 체제로는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묻어난다.

이는 지난 29일 열린 한나라당 쇄신연찬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조기 등판은 불가하다’는 친박계와 쇄신파 의원들의 입장에 힘입어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것에 대한 반응이다.

가장 직접적인 화법으로 ‘박근혜 조기 등판’을 주문한 곳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사설 <박 전 대표, 黨 선두에 서서 총선 고개 넘을 각오해야>에서 “여당 대선 후보에게 내년 4월 총선은 피해갈 수 없는 정치일정이다. 박 전 대표는 승패가 어떻게 판가름 나든 이 총선 고래를 앞장서서 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한나라당, 변화 흉내로는 민심 이반 못 막는다>에서 “신당 출현이 가시화하고, 야권 통합정당이 새 지도부 체제를 선보이게 될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현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땜질식 처방이나 변화 흉내로 민심의 이반을 막을 수 있겠는가”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이들 신문이 ‘박근혜 체제’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박 전 대표는 동아시아연구원과 중앙일보, YTN의 11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11.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1월 4주차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에게 15.5%포인트 뒤졌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보수 세력에게 위기다. 박 전 대표가 몇 년 동안 영원한 대선주자로 언론과 국민에게 인식된 계기가 바로 여론조사였던 탓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 ‘자신의 정책과 비전이 부족하다’, ‘독재자의 딸이다’ 등 그간 그에게 제기된 비판 여론에도 항상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은 꺼질 줄 몰랐다.

이런 위기감은 보수신문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이대로 가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 고배를 마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도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3신당 출현을 바라는 의견이 절반을 넘고,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이 ‘박근혜당’이 돼야 한다며 현 홍준표 체제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나아가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부자 증세 방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진국 논설실장은 칼럼 <박근혜당 대 안철수당>에서 “한나라당으로선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 만들어놓은 정당에 얼굴마담에 얹힌 후보가 있을 수도 없고, 정당은 정당대로 대통령 후보는 후보대로 제각각 다른 철학과 노선을 내세울 수 없다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박근혜당’이라고 명시하고, 정당과 대통령 후보의 철학이 다르면 안 된다고 한 것은 당이 권한, 책임, 정책 모든 면에서 박 전 대표 중심으로 정비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수신문이 일제히 전면에 나설 것을 요구한 이상, 박 전 대표나 친박계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위기가 처했으니 당의 대선주자가 뒷짐 지지 말고 당을 구하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왜 정치판에도 나오지 않은 유령 같은 안철수와 사람 박근혜를 여론조사에다 붙이느냐, 여론조사 자체가 틀렸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반박 역시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지도 의문이다.

쇄신연찬회에서 박근혜 체제를 요구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조사 결과)는 어쨌든 현실이다”며 “박근혜 전 대표는 부자가 아니다. 이제는 부자 몸조심할 때가 아니라 이제는 계속 도전하고 모색할 때다”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또 “결국 한나라당이 지금 표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영향력이 있으신 분이니까 책임을 져달라는 그런 얘기다.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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