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한미 FTA 비준에 대해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한미 FTA 재협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23일 오전 9시 30분,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최고위원단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거대한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 안고 거리에서 장외투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나라당의 행위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총성 없는 쿠데타”라면서 “2012년 예산 심의를 포함한, 이후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할 것이며, 함께 할 것을 다른 야당에게도 호소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경제주권과 사법주권을 미국에 내맡기는 매국행위이며, 미래의 국가정책 추진 권한을 포기한 망국적 작태”라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규정한 뒤, “한미 FTA 비준 원천 무효와 협정 파기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회권을 위임받아 회의를 진행하던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오늘 회의는 비공개"라며 취재진의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허완 기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이정희 대표의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기필고 한미 FTA를 막아달라는 여러분들의 그 뜻을 저희 이루지 못했다”면서 “사죄의 절을 먼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단과 최고위원단은 몸을 납작히 엎드렸다.

민주노동당은 “정당 연설회를 열고 국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매일 저녁 7시 대한문 앞에서 만나자”고 호소했다.

민주당도 10시에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의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탄대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헌법소원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법적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날치기 폭거를 막아내지 못한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한미 FTA 재협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미 FTA 날치기 처리는 국민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폭거”라고 강조했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설사 발효된다 하더라도 이 협정의 불법성을 끝까지 주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기필코 총선에서 승리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김진애 의원의 결의문 낭독에 이어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표했다.

앞서 민주당은 22일 저녁부터 5시간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의화 부의장,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한 편, 앞으로의 의회 일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효율적인 투쟁을 위하여 의총의 결의로 사의를 반려했다”고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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