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부로 아날로그 방송이 강제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분한 인프라 구축과 홍보 없이 디지털 방송 전환을 강행할 경우 2012년 12월 31일 이후부터 디지털 수신기가 없는 가정은 TV를 볼 수 없는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디지털 수신기 없이는 TV시청권을 제한함으로서 아날로그 TV(수신 설비 포함)가 불필요해진 만큼, 국민들은 아날로그TV를 버리고 자비로 디지털TV와 수신기를 구매해야만 한다. 때문에 이것이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제한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법이 헌법재판소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 기본권 입장에서 본 디지털 전환’ 토론회는 바로 이 점을 짚었다. 폐기될 아날로그TV의 사적 유용성을 디지털 방송 전환이 제한하고 있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소외-취약계층의 경우 사실상 강제적으로 TV시청권을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의 기본권 입장에서 본 디지털 전환 토론회. 정상근 기자 dal@
 

발제자로 나선 최선욱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처장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산권의 침해는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 명확한데 반해 보상은 행정부에 상당히 위임되어 있다”며 “또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공용제약의 대상이 지상파TV를 직접 수신하는 국민 모두에 해당됨에도 보상의 대상은 소득수준을 고려한 저소득층에 제한되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용침해에 대한 보상의 정도는 헌법의 체계적이고 통일적 해석과 각국의 사회윤리적 가치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헌법상의 정당보상규정 중 상당보상설은 재산권의 충실한 보상에 미흡할 수 있고 절충설은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재산권 침해의 또 다른 통로가 될 수 있음으로 완전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모든 국민들에게 정부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최 사무처장은 “아날로그TV 방송의 종료 이후에도 TV시청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사무처장은 정부가 “기본권 침해문제를 정부의 재정문제와 함께 포퓰리즘이나 도적적 해이를 운운하며 사회보장 측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헌법 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조차 보상받지 못한 채, 정부의 시혜를 기대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기타 토론자들도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디지털화가 되면 더욱 편리해져야 하는데 컨버터는 취약계층과 고령층에게 오히려 불편한 시스템”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자꾸 지원 대상을 나누다보니 솔로몬의 지혜가 생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 역시 “디지털 전환은 개인의 재산을 마이너스로 만들어버린다”며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상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하면 아날로그TV가 쓰레기가 되는 것이고 오히려 쓰레기 비용만 내게 된다”며 “흑백-컬러 전환과는 전혀 다른 재산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개인 재산에 대해 헌법상 침해를 해놓고, 보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며 “이는 위헌이고 혼란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미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2013년 경에는 다시 아날로그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고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재미있는 판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통신 서비스 사용자는 3G, 4G로 전환하고 있지만 2G 이용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이를 끊지 못한다”며 “그런데 방송 서비스 사용자는 ‘우리가 이 시간 부로 방송을 끊으니 알아서 해’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상이 이루어질 경우 국민 개개인에게 어떻게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며 “돈을 일관적으로 지급하는게 보상이 아닌 디지털 전환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송상훈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전환정책과장은 “디지털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산권 침해를 보전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상을 지원한 국가는 사실상 없다”며 “우리가 2012년 말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그때 쯤 OECD국가 대부분이 아날로그TV를 종료하고, 우리가 더 연기하면 국가적인 위상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보상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국회에서도 내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산을 증액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이렇게 피해가구에 지원을 하는 국가는 없다”며 “저소득층이 아닌 피해가구에게도 완전한 보상은 아니지만 상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강상현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최선욱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처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와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송상훈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전환정책과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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