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시청자들의 약 80%이상이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유료방송의 다시 80%는 케이블TV가 점유하고 있다. 위성방송, IPTV 등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케이블TV의 독과점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유료방송 정착 과정에서 정부의 케이블TV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케이블TV의 과도한 견제로 인한 뉴미디어의 시장 안착 실패 때문이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정작 소비자인 시청자들은 선택권을 제약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시장 획정과 공정경쟁 환경조성’ 토론회는 이 같은 기형적인 유료방송 시장을 재획정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유료방송 사업자 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발제에 나선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과 임연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의 획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김동원 팀장은 몇 가지 제언 중 “SO들이 좋은 상품인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가입자 시장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가입자 시장을 확보할수록 구매할 PP를 선별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르별 방송채널과 일반 방송채널 시장의 구분”을 주장했다.

반면 임 연구원은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이를 이용한 불공정 거해는 방통위 내부에서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유료방송 시장획정을 일반PP와 장르별PP가 아닌 MSP 소속PP와 중소/독립 유료방송채널로 획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 김 팀장은 현재 국내 방송시장에 대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주도하는 케이블 플랫폼이 유료방송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지만 이는 업계 내부 노력보다는 정부 지원과 외환위기라는 예외적 상황이 배경으로 이루어졌다”며 “케이블이 수혜적인 가입자 지대에 기인하고 있는데 이 시장을 둘러싼 공정경쟁의 법과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지 않는 한 공정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방송시장획정에 대해 “유료방송플랫폼과 무료방송플랫폼이라는 두 공급자를 동일한 시장으로 획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우선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가입자 시장 규제의 지리적 구분이 다시 획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케이블SO들이 엄연히 지역 단위 가입자 시장 확보를 행하고 있음에도 전국단위의 규모 제한을 받게 하고 있어 위성방송과 IPTV와 전국 수준에서 경쟁자 사업자 관계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질적인 사업권역인 지역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독점적 가입자 지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팀장은 “디지털 유료방송플랫폼 시장의 별도 획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디지털 유료방송플랫폼(디지털 케이블,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공급 대체성은 높지만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불법적 전환가입 행위는 수요 대체성을 무색케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팀장은 “제시된 방송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들에서 간과되면 안될 것은 바로 시청자들의 선택권”이라며 “방송시장획정에서의 개선점은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들의 공정 경쟁 방안이기에 앞서 시청자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장할 방안으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 발제에 나선 임연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가입자 지대가 유료방송 사업의 핵심임을 지적하며 이를 위해 최근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결합상품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임 연구원은 “난립에 가까운 결합상품의 확산은 방통위의 모호한 정책목표에 의한 규제완화의 결과”라며 “이는 또 다시 양질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수급해야 할 독립PP들에겐 열악한 제작환경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청자들도 약정기간 동안 자율적 매체 선택권이 볼모로 잡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임 연구원은 “독립PP들의 건전한 방송사업 매출 구조와 제작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비율을 개별PP 당 지금 하한률 규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결합상품 판매 사업자의 의무 불이행 여부를 이용자들의 피해 입증으로 바꿔야 하며 현행 사업자 자율에 맡긴 결합상품 할인폭은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 연구원은 “현재 증가하는 유료방송가입자들의 추이는 이미 포화상태가 된 유료방송가입자 시장에서 케이블SO들이 가입자 지대를 보존/유지하려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며 “따라서 결합상품 규제, 방통위의 보다 강력한 징계, 무엇보다 전국 1/3이라는 가입자 규모로 완화된 케이블SO들의 겸영제한을 IPTV 및 위성방송 플랫폼과 함께 77개 권역별 가입자 규모로 전환해 독점적 지위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현우 미디어스 편집장은 “SO의 공고한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며 “현재 SO가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MSO와 MSP의 독점력은 더 강화되는 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공정경쟁이 제대로 논의되기 위해서는 지상파의 직접수신이 어느정도 이루어져야 한다”며 “지상파 직접수신이 저조한 실태에서 제대로 된 공정경쟁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경수 미디어전략연구소 미디어산업정책팀장은 “공익적인 매체와 상업적 매체를 구분해서 상업적 매체의 경우 방송시장 획정을 국내시장 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논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미디어커뉴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이 주관했으며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 임연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발제를, 오 경우 미디어전략연구소 미디어산업정책팀장, 안현우 미디어스 편집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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