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SBS·MBC 등의 직접 광고 영업 추진으로 ‘광고 쟁탈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여론 영향력이 큰 포털에 광고 진흥 기금을 부과해 광고 시장을 활성화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환진 한신대 미디어광고영상학부 교수는 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광고대회 국제광고세미나(한국광고단체연합회 주최)에서 “지금 광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지상파 TV가 아니라 NHN”이라며 “이런 (포털)사업자의 광고 수수료를 일부 떼서 광고 발전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진 교수는 “민영 미디어렙 체제로 가게 되면 코바코가 광고 시장에 대한 장기적 지원을 점점 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며 “광고발전기금이 따로 마련돼야 하고 가칭 한국광고진흥원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제안은 그동안 지상파 TV 3사의 광고를 대행사면서 수수료를 받아 광고진흥을 해오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역할이 축소되는 변화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보인다. 그동안 코바코가 지상파 광고 대행 수수료로 3%(이중 1%는 법인세금)를 떼서 진흥 등 각종 사업을 해오고 있지만 향후에는 이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NHN 사옥. ⓒNHN
 
최 교수가 NHN을 특정해 지적한 것은 사실상 막강한 언론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성 언론사보다 법적·사회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작은 포털사의 현실에 대한 지적으로 읽힌다. 한국광고주협회가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뉴스를 보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SBS, YTN, 조선일보 등 언론사보다 NHN의 네이버를 더 이용했다. 또 방송 부문 영향력 점유율 1순위인 KBS는 작년(53.9%)보다 약 8%가 떨어져 영향력이 급감한 반면, 인터넷 부문 점유율 1순위인 네이버는 작년 8.8%에서 약 2%만큼 증가해 영향력이 증가 추세다.

최환진 교수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급격히 성장한 NHN이 지금은 광고계의 큰손이기 때문에, 광고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게 사회적 책임”이라며 “한국광고진흥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은 (민영)미디어렙 체제가 되면 코바코와 같은 광고진흥 역할을 하던 기구가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편의 출범, 온라인 활성화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광고업계에서 매체 광고 시장의 분류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존 광고의 정의가 현재의 광고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광고의 정의를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광고계 인사 초점집단면접(FGI)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얻은 광고 범위 개편안을 제안했다.

이 개편안은 그동안 제일기획 등이 광고 시장을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 케이블, 인터넷(검색, 노출형), 뉴미디어(IPTV, 디지털위성, DMB), 옥외’라고 분류해 4대 매체 중심으로 광고시장을 분류했던 것에서 탈피하고 온라인 부문을 구체적으로 분류한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TV쪽을 지상파 TV(광고제작비 포함), 케이블 TV(케이블PP, 케이블SO 큐톤광고, 홈쇼핑SO에 지불하는 광고 수수료, 광고제작비), 디지털 방송(지상파 데이터 방송, IPTV, 디지털위성, DMB, 디지털CATV, 광고제작비), 종편방송(종편TV, 광고제작비)’로 분류했고, 온라인을 ‘디스플레이, 키워드, 모바일, 바이럴, 홈페이지, SNS, 기타, 광고제작비’로 세부적으로 나눴다. 김 교수는 “이제는 광고 시장이 더 이상 4대 매체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모바일 광고 등을 합산하면 롱테일 법칙처럼 기존 4대 매체의 규모를 뛰어 넘는 엄청난 시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황학익 제일기획 미디어디자인 팀장은 “올해 최초로 (광고 시장이)9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12월에 종편 도입으로 매체 간 광고 이동이 많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제일기획의 광고비 집계 방식에 “종편 채널 광고비, 케이블 SO 큐톤 광고비, 지상파의 협찬 광고비, 모바일 광고비, 인터넷 제작비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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