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난 23일 ‘KBS 수신료’ 비공개 논의 결과가 한나라당 쪽에 유출돼 도청 의혹이 일고 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문방위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선교 한나라당 간사가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도청이 아니고는 확인할 수 없는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김재윤 의원은 24일 문방위 회의실 근처에서 한선교 의원과 의견을 나누던 중 민주당 비공개 회의 녹취록을 갖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녹취록을 입수한 경위가 무엇인지, 도청에 의한 기록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재윤 민주당 문방위 간사는 24일 오후 국회 문방위 회의장에서 KBS 수신료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이 한나라당 쪽에 넘어간 것을 지적하면서 도청의혹을 제기했다. ©이치열 기자
 
민주당은 당직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비공개 회의에 대해 녹취를 하거나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 쪽에서 녹취록이 작성돼 한나라당 쪽에 넘어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민주당 당 대표실에 들어가 녹음기 등을 이용해 녹취를 해서 한나라당 쪽에 넘겼다는 주장이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문방위원 연석회의 자리는 비공개였던 만큼 최고위원과 민주당 문방위원, 그리고 일부 당직자들만 참석했다. 민주당 대표실에 평소에 출입하는 이들은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그리고 출입기자 정도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문방위 회의실을 방문해서 “한나라당이 어떻게 상세한 녹취록을 갖고 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한선교 의원실 관계자는 녹취록 입수 배경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선교의원은 24일 오전 문방위 전체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23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나온 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이것은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이라고 말했다. 한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조 등이 28일 총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발언을 소개하면서 민주당의 '표결처리 합의' 번복과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내용을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한 문방위 전체회의 질의응답을 거부하고 회의장을 나섰다. 따라서 KBS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은 무엇인지 KBS 쪽의 설명을 듣고 의원들의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회의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자정까지 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김재윤 의원은 이날 오후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선교 의원을 만났을 때 (민주당 비공개 회의에서의) 당신 발언도 다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면서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다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선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이것은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이다. 그냥 몇 줄만 제가 읽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민주당 내부 비공개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민주당 한선교 의원 발언 이후 내부적으로 '도청' 가능성을 검토했고, 내부 조사 결과 민주당 쪽이 아닌 누군가가 비공개 회의내용을 한나라당 쪽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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