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24일 신문들은 일제히 노조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성기업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에 독점적으로 엔진 부품인 피스톤링을 공급하다보니 전체 완성차의 생산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연봉 7000만 원 받으면서 무슨 파업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파업때마다 등장했던 레토릭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조선일보는 24일 6면에 실린 <점유율 80% 유성기업 3년 연속 적자…勞(노) 파업때마다 使(사) 끌려다녀>에서 “유성기업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80%에 달하는 생산직 노조원들은 매년 파업을 통해 임금인상안을 관철시켜 왔다”며,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를 본 배경에는 현실과는 별개의 ‘노조 비위맞추기’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마치 노조의 ‘탐욕’ 때문에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가 형성된 것처럼 몰아가는 주장이다. 

   
▲ 조선일보 5월 24일 6면
 

그러나 이런 주장은 ‘파업 엄단’의 사측 논리와 발맞춰 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유성기업의 2010년 당기순이익은 118억원에 달한다. 2009년에는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8년에 59억원, 2007년 133억원, 2006년 128억원 등 유성기업은 꾸준하게 순이익을 내왔다.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만을 나타내는 영업이익과는 달리, 당기순이익은 이자나 배당금수익 등 영업외수익과 비용을 합산해 산출한다. 기업의 경영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때 영업이익이 아니라, 당기순이익을 지표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조선일보는 유성기업의 ‘개별재무제표’에 나온 수치를 인용했다. 그러나 올 해부터 바뀐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부 감사를 받는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적용해야 한다. 즉, 유성기업이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최대주주로 있는 자회사 등을 포함해 통합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의 개별재무제표에서는 자회사간 내부거래나 부채 또는 이익을 떠넘기는 행위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있었다. 기업이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재무제표를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결재무재표를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유성기업의 사정은 조선일보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유성기업은 2010년 157억원, 2009년 13억원, 2008년 69억원, 2007년 132억원, 2006년 1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또 주주들에게 꼬박꼬박 배당금도 챙겨줬다. 유성기업은 2007년 24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18억원, 2009년 1억 2천만원, 2010년에는 2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표현대로 '만성 적자 기업'이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또 올 해부터 기업들이 기존의 회계기준을 대신해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되어있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의하면, 유성기업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다. 조선일보가 논거로 삼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따져보더라도, 유성기업은 2010년 60억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바뀐 회계기준을 최초로 적용해 작성된 2011년 1분기 보고서(2011.5.16 작성)에 따르면 그렇다. 

이상현 NH증권 연구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유성기업은 상장사를 통해서는 마진을 남기지 않고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올해도 연결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이 파업으로 인한 조업 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관련업계는 완성차업체들의 단가 후려치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부품업체들의 눈속임식 재무표기가 우량기업 '만성적자'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정말 유성기업이 ‘알짜 기업’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조선일보는 정말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유성기업의 영업적자를 불러온 ‘구조적 문제’라고 믿는 것일까. 그보다는 사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왔던 보수언론의 상투적인 ‘구태’를 이번에도 그대로 답습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이들 언론의 '여론몰이’ 속에,  경찰이 곧 유성기업 아산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24일 오후, 16개 중대를 증원해 총 31개 중대를 공장 주변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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