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2007년 8월 20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언론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뽑았던 이날 아침까지 ‘이명박 후보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한나라당 선거인단 표심은 거꾸로 박근혜 후보 49.4%, 이명박 후보 49.1%로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에 밀리면서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 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과 왜 싸웠는지를 알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언론의 편파보도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주요 선거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이끌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언론 호칭을 얻었지만 정치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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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권 유력대선후보로 주목받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16.0%포인트 격차로 우세한 것으로 나왔지만, 그 속에 불안함도 내포돼 있다. 박 전 대표는 충청권에서 62.0%를 얻어 31.0%를 얻은 손학규 대표를 앞섰다.
세종시와 과학벨트 문제로 홍역을 겪었던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에 그 정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박 전 대표는 20~40대에서 손학규 대표와 백중세를 보였지만, 이명박 정부 심판론의 진원지인 이들 세대의 절반이 실제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표를 줄 것인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선호도와 한나라당 대선후보 박근혜에 대한 선호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후보를 명시하지 않고 한나라당 대 야권 단일후보 중 누구를 대선에서 선택할 것인지를 물으면 야권 후보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또 현재의 여론조사가 바닥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점은 4·27 지방선거에서 다시 증명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선거 열흘 전 강원도지사 선거 여론조사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의 20% 포인트 우세를 전했지만, 실제 개표결과는 거꾸로 민주당 후보의 4.5%포인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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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쪽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정치 행보와 검증의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5월 17일자 칼럼에서 “정권에 대한 보수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고 한나라당은 좌초할 판인데 박근혜 전 대표는 느긋이 개인적 인기에만 안주하고 세 불리기에만 힘쓰나”라고 비판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을 떠받치는 토대가 되고 있지만, 거꾸로 그것이 흔들리면 대세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대선 여론조사는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진 이후에 변별력을 얻을 수 있다”면서 섣부른 대세론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