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2007년 8월 20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언론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뽑았던 이날 아침까지 ‘이명박 후보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한나라당 선거인단  표심은 거꾸로 박근혜 후보 49.4%, 이명박 후보 49.1%로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에 밀리면서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 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과 왜 싸웠는지를 알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언론의 편파보도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주요 선거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이끌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언론 호칭을 얻었지만 정치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2007년 패배를 곱씹으며 2012년을 준비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헤럴드경제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심상치 않은 결과가 담겨 있다. 여야 1대1 대결구도를 가정한 맞대결에서 박근혜 52.5%, 손학규 36.5%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야권 유력대선후보로 주목받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16.0%포인트 격차로 우세한 것으로 나왔지만, 그 속에 불안함도 내포돼 있다. 박 전 대표는 충청권에서 62.0%를 얻어 31.0%를 얻은 손학규 대표를 앞섰다.

세종시와 과학벨트 문제로 홍역을 겪었던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에 그 정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박 전 대표는 20~40대에서 손학규 대표와 백중세를 보였지만, 이명박 정부 심판론의 진원지인 이들 세대의 절반이 실제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표를 줄 것인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선호도와 한나라당 대선후보 박근혜에 대한 선호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후보를 명시하지 않고 한나라당 대 야권 단일후보 중 누구를 대선에서 선택할 것인지를 물으면 야권 후보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또 현재의 여론조사가 바닥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점은 4·27 지방선거에서 다시 증명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선거 열흘 전 강원도지사 선거 여론조사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의 20% 포인트 우세를 전했지만, 실제 개표결과는 거꾸로 민주당 후보의 4.5%포인트 승리였다.

보수언론 쪽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정치 행보와 검증의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5월 17일자 칼럼에서 “정권에 대한 보수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고 한나라당은 좌초할 판인데 박근혜 전 대표는 느긋이 개인적 인기에만 안주하고 세 불리기에만 힘쓰나”라고 비판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을 떠받치는 토대가 되고 있지만, 거꾸로 그것이 흔들리면 대세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대선 여론조사는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진 이후에 변별력을 얻을 수 있다”면서 섣부른 대세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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