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일본 방사능 괴담'을 퍼뜨린 최초 유포자를 검거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월례회동에서 일본 원전과 관련해 떠도는 루머를 막아야 한다고 천명해 강력한 수사를 예고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일본 방사능이 넘어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인터넷에서 이상한 얘기가 나오는데 우려스럽다. 이런 루머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경찰청도 유포자를 찾아내 사회불안을 조성한 죄를 묻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일단 수사대상으로 밝힌 괴담 내용은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4시간 뒤 한국에 도착한다'는 경고문이다. 경찰은 최초 유포자가 기상청이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넷메신저와 트위터·페이스북를 통해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하는 장면. 원전 통제가 불능상태에 빠지자 한국에도 방사능 물질이 도달할 것이라는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경찰이 괴담 수사에 나섰다. ⓒ요미우리 온라인
 

경찰은 또, 괴담 유포자가 주가조작을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금융당국과 공조해 조사를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24시간 감시하는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이번 사태는 국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고, 부정확한 정보는 사이버세상에서 자율적으로 걸러진다는 점에서 이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진보네트워크는 16일 논평에서 "경찰이 '방사능 괴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 '허위의 통신'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과도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넷은 "금융당국이 의심하는 것처럼 일본 대지진에 따른 불안심리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루머를 퍼뜨렸다면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불특정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통신망법이나 경범죄처벌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입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넷은 이어 "특히 경찰이 방사능 괴담 수사를 하겠다고 공표한 데에는 여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아 크게 우려스럽다"며 "SNS 서비스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검열의 소지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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