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과 다름 없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 다수의 매체를 선정해 '정치적 고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신문들이 특혜성이 다분한 지원대책까지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일 지면을 통해 시장규모에 비해 사업자가 너무 많아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후발업자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A8면 머리기사 <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아…"종편 안착 위한 대책 필요"> 에서 "종편사업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수의 종편사업자가 국내에서 자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거꾸로 종편사업자들은 출범하자마자 극심한 생존 경쟁에 시달리게 됐다"며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종편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월1일자 8면  
 

조선일보는 이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도 국내시장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했지만 종편사업자들은 초반부터 종편사업자끼리는 물론 거대한 지상파 3사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서 "예컨대 현재 방통위가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의약·생수 광고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종편사업자에게만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2면 <지상파 독과점 깨고 콘텐츠 무한경쟁 시대로 '미디어 빅뱅'> 기사에서 "종편 채널의 등장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지만 일각에서는 다수의 종편사업자 등장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에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종편 채널의 시장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채널번호 지정 등에서 일정 수준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KBS 2TV 광고 폐지까지 주장했다. 공영성을 내세웠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2TV 광고물량을 종편사업자에게 줘야 한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사설 <미디어 빅뱅, 방송문화 선진화 계기로>에서 "방통위는 새롭게 출범하는 종편채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후속조치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하고 공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종편 선정사들이 자사 지면을 동원해 특혜성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방송광고 시장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4개 매체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현재 8조1000억원 규모인 방송광고 시장을 2015년 13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광고 시장파이가 그만큼 커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종편 사업자인 신문사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무한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선정적인 프로그램 난립과 친정부적 성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민일보는 3면 기사에서 방통위의 종편 선정은 권언유착의 정치적 선택이라며 '장고 끝에 악수'라고 평가했다. 서울신문도 9면 '무더기 종편'을 선정한 방통위에 정책과 철학,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혜 없이는 종편의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것 자체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 경향신문 1월1일자 3면  
 

경향신문은 3면 <거대한 '친정권 보수 미디어군' 방송 장악 완결판>에서 "전망이 불투명한 종편시장이 마치 성립할 수 있을 듯이 온갖 특혜로 포장된 착시현상을 안겨주고 종편사업자들에게 알아서 생존하라는 무책임한 정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자연스럽게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도 강화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공익성·공공성 훼손, 특정정파의 이익과 재벌과 소수 특권층의 기득권 대변역할에 따른 여론 독과점 심화로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3면 <방송까지 급속한 보수 쏠림…민주주의 질식 위기> 기사에서 "(종편선정 기자회견에서) 한 종편사업자 소속 기자들은 낮은 채널 배정을 위한 정책방안과 한정된 방송시장 현실 타개책을 물었고, 방통위는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며 "향후 쏟아질 '종편 지원용 정책특혜'가 미디어 생태계 대혼란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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