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액수 변경·회의 연기·인상근거 미약
3일 이사회 합의 안되면 올해 처리 불투명
국민 목소리엔 귀 닫은 채 ‘탁상논의’만

KBS가 국민적 공감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이 현재까지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한 달 이상 연기에 연기를 거듭함에 따라 사실상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던 수신료 인상 계획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 승인까지 얻어야 할 정도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정책임에도 KBS는 무리한 인상액을 제시했다가, 다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다시 수정하는 등 스스로 수신료 인상의 중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료 통합징수 제도에 따라 강제로 걷고 있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임에도 왜 수신료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생각 보다는 다수 의석이라는 힘에만 기대다 보니 정책 추진의 힘이 전혀 실리지 못하고 있다. 수신료 논의에 수신료를 내는 주체인 국민이 빠진 채 진행된 수신료 인상은 탁상논의일 뿐이라는 평가다.

▷양문석 방통위원 “수신료 인상 판단근거 없다”=
수신료 인상안이 KBS 여당 추천 이사들만으로 강행처리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60일 이내에 논의한 뒤 국회에 승인요청을 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연말까지 간다고 해도 최대 2개월 가까이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합의처리하지 못한 채 일방통과되면, 방통위에서도 합의처리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 또한 아무리 속전속결로 밀어붙인다 해도 최종단계인 국회에서는 합의는커녕 더 큰 혼란을 낳을 전망이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사장선임 및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KBS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 진단 △지역방송 관성화 △회계분리 △수신료 용처 △수신료위원회 설치 등이 명확히 정리돼 종합보고서로 넘어와야 검토해볼 수 있으나 KBS는 아직 이에 대한 아무런 판단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또한 “달랑 금액만 얼마를 올리겠다고 넘어오면 더 볼 것도 없이 반대할 것”이라며 “여러 요건을 충족한 보고서가 제출된다해도 60일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방통위가 신속히 처리해주리라 짐작할 수 있겠으나 그건 KBS만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KBS 이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한나라당과 청와대 등 여권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위기가 이사회에 직간접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중의 분석이 있는데 나도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안 연내 처리에 회의적인 전망을 했다.

다른 야당 추천 위원인 이경자 방통위원도 지난달 22일 KBS 국정감사장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해 방통위에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일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었다.

▷KBS “이번(3일) 이사회가 고비”…여당추천 이사들 “합의처리할 것”=KBS 경영진과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한 달 넘게 끌어온 수신료 인상안을 늦어도 오는 3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1일 “수신료 인상은 이번(3일) 이사회가 고비로, KBS 경영진이 보고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이 때 이사회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처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주간은 특히 “인상액은 KBS가 (마지막으로) 낸 4000원 안이어야 하며, 야당 이사가 낸 3500원 안은 실질적 인상효과가 없다”며 “어떻게든 이사회서 처리만 되면 방통위에서 신속히 논의해 국회로 올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 이사회 여당추천 이사진 간사인 황근 선문대 교수는 “4000원 안으로 설득해보고 이날도 합의가 안되면 연내처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 이사들 “이미 수신료 인상논의는 종료돼…합의 불가”= 야당 추천 이사들은 합의처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KBS 이사회 야당추천 이사진 간사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2일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해소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채 수신료 인상 논의를 재개하기 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논의로 넘겨야 한다”며 “달라진 KBS의 모습을 국민에 보여준 뒤에야 수신료 인상 논의를 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신료 인상안이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 선행돼야 할 요소가 있으나 이에 대한 공감을 얻지 못했고, 독립성과 공정성, 구조조정(자구노력) 등 분야별로 논의해봤지만 역시 미흡했다”며 “(이런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수신료 인상액 조정에 참여해 마지노선으로 3500원을 제시했지만 KBS와 여당측 이사들은 이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더 이상 논의할 이유가 없어 이미 종료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대변인인 고영신 KBS 이사(야당 추천)는 “이미 3500원 안을 낸 것을 마지막으로 여야간 협상은 끝났고, 여당측이 수정안을 내겠다고 했으나 아무런 상황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3일 이사회에서의 여야 이사간 합의도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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