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수신료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도 조중동 등 대다수 신문은 물론 동업자인 MBC와 SBS 등 다른 방송사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배추값 폭등 등 가뜩이나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매월 2000원씩이나 올린다면 일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태풍급'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이 수신료 인상 문제에 관심을 보인 적은 있다. 지난 6월 KBS 경영진이 보스턴 컨설팅의 경영진단 결과라며 현행 수신료 2500원에서 6500원+광고0%, 4600+광고20% 축소 등 두가지 안을 제시했을 때, KBS가 수신료 공청회를 개최했을 때다. 그러나 이 밖에 대다수 신문이나 방송 매체에서 수신료 인상이 기시권에 들어왔는데도 관련 뉴스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9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KBS가 9월 말까지는 방통위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며, 방통위는 공개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우리의 견해를 담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이 간략히 보도한 게 최근 관련 뉴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이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수신료 인상 강행 움직임과 KBS 기존노조의 '합의처리' 압력,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 대한 소식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곤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눈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왜 그런 것일까?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전경.  
 
대다수 신문과 방송들이 '염불 보다 젯밥'에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 같은 신문들은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얼마가 됐든 광료 비율을 줄이면, 그것이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의 종잣돈으로 쓰일 것을 내심 기대해 조용히 처리되기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 신문이 수신료 인상 논란을 보도한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KBS가 여론을 수렴한다며 개최한 전국 순회 공청회 가운데 서울에서 열린 지난 8월 24일 공청회에서는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과 그 조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그러나 이틀 뒤 이를 전한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수신료 인상, 광고 축소 전제돼야">였다. 이들 신문이 수신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관심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 있는지 이 기사 제목처럼 잘 드러낸 것도 없을 것이다. 

KBS는 말할 것도 없다. KBS는 공청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자들이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말만 뽑아 보도해왔다. 그 전제조건으로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신뢰도가 추락한 현실을 극복하는 게 먼저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수신료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종편을 의식한 이른바 조중동만 그런 것이 아니다.  MBC와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들도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때 SBS는 KBS가 지난 2∼3월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6월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를 집중 비판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6월 14일 메인뉴스를 통해 수신료 인상의 문제점을 정면 비판하는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MBC는 시종일관 조용하다.

   
  ▲ 지난 6월 14일 방송된 SBS <8뉴스>  
 
업계에서는 KBS 수신료 인상에 따른 광고 축소 물량이 광고효과를 고려할 때 바로 종편·보도채널 시장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MBC와 SBS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MBC와 SBS도 KBS가 수신료 인상에 따른 '떡고물'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가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광고를 줄이면 광고수익이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지금처럼 서민들이 배추값 채소값 파동으로 물가 인상에 불안해하고 있는 때에 KBS의 수신료 인상은 뉴스가치가 충분하다"면서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총장은 "조중동이야 종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럴 것이고, MBC와 SBS가 보도하지 않는 것 역시 KBS의 줄어들 광고가 자신들에게 올 것이라는 '떡고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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