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평사원 세 명중 두 명이 자사 보도가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연합뉴스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는 심각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먼저 경영진-데스크 대 평사원 간의 인식 차이다. 경영진의 경우 지난 4월의 천안함 사건 성금 모금 사건이 단적인 예다. 당시 연합뉴스 회사 쪽은 임직원 급여의 일부를 천안함 성금으로 떼기로 했다. 이 제안은 사전 논의 과정이 없어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사회환원 차원에서 여러 차례 성금을 모금해왔으나, 당시 천안함 사건은 그 진상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연합뉴스는 반대하는 사원을 제외하고 성금을 모금했다.

다음은 데스크다. 한 사정기관을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합뉴스 기자가 데스크와 전화 통화하며 크게 다투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자꾸 야당 입장에서 기사를 출고 한다'는 게 데스크의 질책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편집국 고위관계자는 "기사에 여당 입장이 열줄 들어갔는데 야당 입장이 열다섯 줄 들어가면 야당 쪽 다섯줄을 빼기도 하지 않나. 경향신문 한겨레만 쓰는 기사를 연합뉴스도 쓴 사례가 수없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상사의 지시로 자신의 생각과 달리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7%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데스킹 과정에서 기사 취지가 훼손돼 불공정한 기사가 나간 경험'도 29.7%가 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수치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서 조율돼야 했지만, 이마저도 요원했다. 노조는 지난달 13일 성명을 내어 "회사가 공정보도를 위해 성의있는 노력을 보일 때까지 편집위원회 참여를 무기한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천안함 관련 VIP 메모사진 누락 등 많은 이슈를 편집위원회에 올렸지만 생산적인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는 지렛대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련의 논란이 일 때마다 회사 쪽은 '소통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데스크의 근본적인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연합뉴스의 현 위상, 그리고 향후 진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올 한해만 따져도 338억8400만 원을 정부 구독료로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연합뉴스는 연간 약 3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왔고, 지난해 국회가 법을 개정하며 한시 지원 규정을 없애 앞으로도 이같은 '구독료 지원'은 계속된다. 개정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연합뉴스의 보도 공정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KBS 수신료 인상 반대 문제처럼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가 사업권 획득을 위해 뛰고 있는 보도전문채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특정 정파에 줄을 서겠나'라는 해명 아닌 해명이 나오지만, 연합뉴스 내부에서 조차도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보도채널 선정 등 회사 현안이 보도방향과 내용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6%에 달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사업권 획득을 위해 '충성경쟁'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확산될 경우, 보도채널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뉴스통신진흥법 존재 이유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 전례 없이 노조가 전면에 나서 보도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정부에서 받는 구독료는 정부 예산이기에 앞서 국민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받는 국민의 세금임을 잊어선 안 된다"는 노조의 '경고'를 회사 쪽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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