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에 대해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민형사상 고소를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성세정 아나운서연합회 회장은 강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20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성 회장은 “입법기관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할 수가 있느냐”며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아나운서연합회 차원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그 발언이) 사실이라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 항의방문뿐 아니라 민형사상 소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성세정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회장.  
 

한 아나운서도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라며 “내부에서는 이 발언을 접하고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할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아나운서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강 의원의 발언은 아나운서 직업과 아나운서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아나운서들, 그리고 아나운서 지망생,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학생들 모두를 모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여대생의 자존심 운운하며 내뱉은 이 말은 대한민국 방송사 전체에 대한 희롱이며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언사로 강 의원은 방송의 현장에서 시청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미래의 방송인을 위해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며 “아나운서들은 강 의원이 지금 당장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고 이번 발언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전체 아나운서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나운서연합회는 21일 오전 10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며, 이날 민형사 고소도 하겠다고 밝혔다.

강용석 의원 홈페이지에도 강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험담과 본인의 당연한(?) 평소 생활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대학생 앞에서 아무거리낌도 없이 그런 말씀을 하느냐”며 “나중에 당신 딸이 커서 아나운서가 된다고 하면 그렇게 알려주셔야겠군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다른 누리꾼도 “젊은 나이에 정치한다는 분이 이런 성차별, 직업차별적 막말을 하다니. 당신 딸이 밖에서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 고깃집에서 서울 소재 모 대학 남녀 대학생 20여명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특정 사립대학을 지칭하며)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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