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함 관련 취재차 백령도를 방문한 외신 기자들이 취재가 봉쇄당한 채 국정원·군 당국의 안보교육을 받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과 군은 취재진들에게 천안함 침몰 관련 의혹을 차단하며 북한을 비방하는 내용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참석한 일부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복수의 외신기자들에 따르면, 서울외신기자클럽 소속 30여 명의 취재진(취재·사진·영상기자)들은 지난 15일~16일 백령도의 한 해병대 부대에서 북한을 비방하는 비디오를 보고 군 관계자의 교육을 받았으며, 국정원 관하 숙소에서 외출·취재가 통제된 상태에서 머물렀다고 밝혔다.

애초 외신기자들은 그동안 외신기자클럽에서 통상적으로 해온 '프레스투어'로서 백령도 취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백령도에 도착한 뒤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안보교육'이라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고, 미리 계획한 취재를 대부분 못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스투어인지 알고 신청했는데, 국정원 주재 안보교육…북 비난하는 비디오 시청" 

   
  ▲ 국정원. ⓒ국정원 홈페이지  
 

ㄱ 외신기자는 "외신기자클럽에서 이전과 같은 프레스투어가 있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안보교육 프로그램인지 몰랐다"며 "프레스투어가 아니라 국정원이 주재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군 관계자가)베트남 전쟁 비디오를 보여주고 '공산당이 무섭다'는 얘기를 했고, 서울에 계시는 탈북자가 북한에 대한 경험을 얘기했다"며 "해병대 담당자가 '취재하지 말고 기사 쓰지 말고 사진 찍어서도 안 된다'고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ㄴ 외신기자는 "백령도에 가서 버스에 타자마자 국정원 직원들이 탔다"며 "이들은 보안 때문에 (취재진들에게)미리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며 무슨 부대 안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부대에 도착한 뒤 "우리 군의 우월성과 북을 비난하는 내용의 비디오를 30~40분 정도 보고, 20여 분 교육을 받았다"며 "'절대 사진을 찍거나 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했고, 국정원 직원이 '안보견학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취재진들은 부대 방문 뒤 천안함 침몰 해역으로 갔지만, 거기서도 취재 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 "국정원 숙소 나가고 싶다", 국정원 "교육프로그램 진행 중, 외출 안 된다"

   
  ▲ 침몰한 천안함 함수인양을 위한 함체 바로세우기 작업이 완료된 4월23일 백령도 인양작업 해역에서 천안함의 함수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백령도에 도착하면서 숙소에서 머물 때까지 취재진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감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ㄱ 외신기자는 "기자들이 '백령도 주민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숙소 밖으로 나가 취재를 하고 싶다'고 국정원 직원에게 말하자 국정원 직원이 '교육 프로그램 진행 중이고 안전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해 기자들이 화가 났다"고 전했다.     

ㄴ 외신기자는 "국정원 직원들은 버스에 탈 때부터 밤에 술자리 할 때도 옆에 있었다"며 "이들은 취재진을 개인적으로 만나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얘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멍청하다(stupid)'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1박2일 동안 취재진들은 △부대에서 비디오 교육 △천안함 침몰 해역 방문 △백령도 해안가 방문 △심청각 방문 △특산품 판매장 방문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맹주석 외신기자클럽 회장에 대한 취재진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맹주석 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컨택했다"

   
  ▲ 서울외신기자클럽. ⓒ서울외신기자클럽 홈페이지  
 

ㄷ 외신기자는 "(프레스)투어인 줄 알고 기자들이 취재를 준비해 갔는데 알고 보니 안보견학이었다. 취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외신기자클럽)회장에게 이번 투어에 대해 항의를 하고 화를 내는 기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이번 '프레스투어'는 이례적으로 맹주석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기자클럽 한 관계자는 "보통 행사를 하면 담당 부서의 도움을 받는데 이번엔 회장님을 통해 컨택(contact)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맹 회장에 대한 불만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맹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 관련 외신기자들의 간담회 요청을 거부했고, 현재 '프리랜서' 신분이라 자격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외신기자클럽은 총회를 열어 통상적인 1년 회장 임기를 맹 회장의 경우엔 6개월로 단축하는 결정을 하기도 해, 그는 오는 8월까지 회장직을 맡게 됐다.  

취재진 외출 금지? 국정원 "구체적 설명 어렵다", 맹주석 "보안 때문에 국정원 안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국정원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취재 통제, 감금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취재 통제'에 대해선 "백령도 해병대 부대에 갔을 때 해병 부대측에서 '보안시설이다. 촬영하지 말아달라'는 식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정원이 취재진의 숙소 외출을 금지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것까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교육'이라는 주장에 대해 "백령도 견학 프로그램 중에 그런 것이 포함됐을 수 있다"며 "현황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기자들에게 물어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는)맹주석 회장이 요청한 것"이라며 "행사 내용에 대해서 사전에 고지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정원쪽의 행사 주재를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회장단측에 우리가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부대 방문은 사전에 얘기했다"면서도 "비디오를 본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됐다"고 밝혔다.

맹주석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천안함 사건 때문에 투어간 것이 사실"이라며 "제가 국정원에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주재 행사를 사전에 밝혔는지' 묻자 "할 수가 없었다. 보안 관계"라고 밝혔다. 그는 '안보교육' 주장에 대해선 "인터뷰도 했고, 천안함 관련 설명을 다 받았다"며 "안보교육 브리핑을 받는 것은 취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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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립니다.

본지 지난 6월 18일자 "국정원, 외신기자들 감금하고 '천안함 안보교육'" 및 "국정원, 외신기자들 주입식 '천안함 교육' 논란"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천안함 관련 취재차 백령도를 방문한 외신기자들이 감금당하고 취재가 봉쇄당한채 국정원·군 당국의 안보교육을 받았고 백령도에 도착하면서 숙소에서 머물 때까지 국정원 직원들의 감시를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사실 확인결과 외신기자들이 감금당하고 취재가 봉쇄당하거나 감시를 받은 바 없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기자들이 프레스투어인줄 알고 갔는데 안보견학이었다며 외신기자클럽 회장과 기자들이 대판 싸우기도 했다고 보도했으나 확인결과 행사 3주전에 회원들에게 '백령도 안보견학 계획'이라는 안내문을 발송했고 맹주석 당시 외신기자클럽 회장이 기자들과 싸운 바 없었으며 행사는 회원들에게 공지된 안내문의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위 기사로 인해 맹주석 전 회장과 외신기자클럽 소속 기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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