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종사자 입장을 넘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민심을 몰랐던가, 당연히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졌던 여론조사가 개표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자 언론들도 당황했다. 조사결과를 대서특필하던 언론들이었지만, 이를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충재(사진) 한국일보 부국장은 지난 5일 기명칼럼 <숨은 20%의 진실>에서 예측 실패를 통렬히 반성하며, 여론조사의 맹점과 ‘사회 전반에 형성된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 부국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일주일 전까지 한나라당이 압승하는 것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개표결과와 너무나도 달라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길 것으로 알고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투표하지 않은 이들이 내 주변에도 여럿 있었다"며 "그렇게 투표하지 않은 이들은 여론조사와 다른 개표 결과에 얼마나 어이없어 하겠나"라고 했다.

   
  ▲ 한국일보 6월5일자 칼럼 <숨은 20%의 진실>.  
 
그는 "제일 황당한 것은 언론"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이번엔 투표 한다더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에이, 얼마나 하겠어'라며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도 여론조사만 믿고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는데, 이 사회를 지탱한다는 집단들이 민심도 모르면서 도대체 뭘 한다는 건지 회의감이 너무 컸다"고 했다. 이 부국장은 칼럼에서와 마찬가지로 '엉터리 여론조사'의 맹점도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응답률을 높이려면 여러 차례 전화해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알면서도 그렇게 안했다고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런 맹점을 알면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부여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는데 마치 조사결과가 진실인 것처럼 여러 면에 걸쳐 보도했다. 언론은 여론조사에 이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했다."

'할 말을 못하는 분위기'에 대해 그는 "현 정부 들어 김제동씨 방송 하차나 미네르바사건, MBC 사건 등에서 보듯 실제로 공안정국이라 느낄 만한 일들이 계속돼왔다"고 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기류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옥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이충재 한국일보 부국장  
 
그는 칼럼에서 '사회를 뒤덮고 있는 경직되고 음울한 분위기에 숨통을 트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선회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후 일주일, 그는 정부여당이 국정기조를 선회하는 것으로 평가했을까.

"현재로서는 '정중동'이라고 고민을 한다던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 '개혁하겠다' 하는 게 이번으로 세 번째다. 그런데 두 번째까지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개혁이 되면 '민주주의 후퇴'니 하는 얘기가 나오겠나.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의 경고메시지다. 다가올 보궐선거, 2년 뒤 총선, 그리고 대선 때 한나라당이 안 바뀌면 패배한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고 싶으면 민심을 잡아라.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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