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전쟁기념관에는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국군과 유엔군 용사들의 혼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이곳에 영원히 새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주요 방송사로 생중계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청와대가 아닌 전쟁기념관에서 발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오늘 저는 이를 절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운명을 결정할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쟁 공포'를 자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만행에 대해 참고, 또 참아왔다. 오로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사진출처-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되도록 할 수 없다. 남북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다. 북한은 '3.26 천안함 사태'로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존 합의를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참사로서 정부 발표대로라면 서해 경계가 뚫려 별다른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참패'한 사건이다. 안보실패에 대한 정권 책임론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군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보태세를 확고히 구축하겠다. 군의 기강을 재확립하고, 군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 군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 그리고 끊임없는 분열 획책에도 우리는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국가 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세 현장마다 천안함 이슈를 유세에 활용하고 있고,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할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안보정서를 자극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선거정국은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안보문제를 정치에 활용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역풍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청와대가 지난 21일 소집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대상자 8명 중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 4명이 군 면제로 나타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어설픈 북풍으로 선거를 치러보려 했던 이명박 정권이 자승자박하고 있다. 국민의 불같은 정권심판여론을 덮어 보려다 안보무능정권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오늘 이 대통령의 전쟁기념관 담화는 천안함 사건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마치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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