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여성비하 선거홍보 동영상을 둘러산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나란히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기 케이블 TV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선거탐구생활’ 선거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내보냈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한나라당 동영상에는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라며 "여자는 아는 거 쥐뿔 없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나라당이 아는 거 쥐뿔도 없다고 소개한 그 여자는 동생으로부터 "이명박 정부가 원전수주를 계약한 나라는"이라는 질문을 받고 고민하다 'USA'라고 답변한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에서 "드라마는 재방 삼방까지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보는 여자에게 이런 문제는 수능보다 어려워요"라고 설명이 뒤따른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키자 홈페이지에서 내렸지만, 여성계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 한나라당이 홈페이지에서 내린 선거홍보 동영상.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정당의 선거전략을 담긴 홍보 동영상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표현이나, 일반상식에 가까운 시사문제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내용이나 “난 왜 이렇게 무식할까”라고 자책하는 내용 모두 여성 일반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홍보 동영상은 사전에 기획안을 짜서 토의를 거쳐 내부 결재까지 받아 제작한다. 촬영하고 편집한 다음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사회와 평가회도 한다.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동영상은 더욱 꼼꼼하게 여러 단계를 거치며 수없이 고친다. 그렇게 토의하고 보완하고 수정해서 태어난 한나라당의 동영상이 고작 이거라니, 한나라당에는 정상적인 성인지 사고를 하는 당직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대한민국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나라당은 여성비하 동영상이 제작되고 공개된 전모를 밝혀야 한다. 동시에 어머니고 아내이며, 딸이고 누이동생인 이 땅의 여성들에게 석고대죄 하라. 아니면 차라리 당명을 ‘여성비하당’으로 개명하고, 선거를 막장개그로 치르든지”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선거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19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도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19일자 4면에 <“여자는 아는 게 쥐뿔도 없어” 한나라 또 ‘여성 비하’ 논란>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5면에 <한나라 선거 동영상 여성비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 한겨레 5월19일자 5면.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도 각각 <한나라 홍보동영상 여성 비하 논란>, <"아는 것 쥐뿔도…" 여 6.2선거 홍보동영상 여성폄하 논란>이라는 기사를 19일자 지면에 내보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여성비하 동영상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동영상’ 키워드를 담은 기사를 내보내기는 했다. 2면에 <전교조 집회서 조전혁 의원에 폭언 쏟아내>라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동영상은 보도했던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선거홍보동영상에 담긴 “여자는 아는 게 쥐뿔 없었요”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 등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에는 침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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