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대대적인 사이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7월 개편 예정인데 우선 첫 화면을 골라 쓸 수 있게 되고 검색 서비스가 강화된다는 게 특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첫 화면이 세 종류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첫 화면과 비슷한 캐스트 홈과 개인화 서비스로 구성된 데스크 홈, 그리고 검색 서비스만 남겨 둔 검색 홈 등이다. 캐스트 홈이 기본으로 뜨고 데스크 홈은 로그인을 해야 접근할 수 있다. 아무래도 방문자가 세 군데로 분산될 수밖에 없어서 뉴스캐스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언론사들은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캐스트 홈은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 테마캐스트, 쇼핑캐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NHN 사옥에서 개최된 사업 설명회에서 공개된 화면을 보면 지금의 첫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도입된 쇼핑캐스트가 입점 업체들의 반발로 논란이 됐던 걸 감안하면 일부 개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스캐스트도 별다른 개편 개획이 없다. NHN은 지난달 뉴스캐스트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홈은 지금까지 ‘SE(Simple edition) 검색’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됐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페이지다. 구글 첫 화면처럼 텅 빈 화면에 커다란 검색 창만 있는 형태다. 낮은 사양의 컴퓨터나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접속하기 편리하지만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페이지로 남겨 뒀다. NHN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

NHN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 서비스는 데스크 홈 페이지다. 주소록이나 메일, 쪽지, 캘린더, 가계부 등 개인화 서비스들이 이곳에 집중 배치된다. 이곳에서 메일 확인은 물론이고 문서 작성과 저장, 일정관리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N드라이브라는 파일 저장공간도 제공된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PC에서나 스마트폰에서나 언제라도 로그인만 하면 작업하던 파일을 열어볼 수 있게 된다.

   
  ▲ (왼쪽부터)오는 7월 개편될 3종류 네이버 첫 화면, 검색홈, 캐스트홈, 데스크홈  
 
데스크 홈에는 한국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미투데이를 비롯해 자주 가는 블로그와 카페의 새 소식이나 댓글을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캐스트가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 등을 작성 또는 수정할 수 있는 웹 오피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조수용 CMD(크리에이티브 마케팅&디자인) 본부장은 “데스크 홈은 이미 NHN 직원들이 실제 업무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색 서비스는 이미 지난 10일 부분 개편됐다. 구글을 벤치마킹한 듯 리얼타임 검색을 도입했는데 구글이 1분 단위로 검색 결과를 업데이트 하는 반면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자동 갱신하는 정도다. 대부분 네이버 내부 콘텐츠들이다. 시퀀스 검색도 주목된다. 모호한 검색어를 입력할 경우 관련 카테고리를 제공해 검색 결과를 좁혀가는 방식인데 아직까지는 ‘자동차’와 ‘영화’라는 검색어에만 적용돼 있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이번 개편 전략을 “단순히 사용자 인터페이스 재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유선 인터넷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모바일 인터넷으로 이전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나태열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제공되던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유기적인 패키지로 제공되면서 모바일과 연동되는 매력적인 서비스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번 개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모바일 연동을 강조한 대목이다.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데스크 홈 역시 스마트폰에 최적화 돼 있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홈페이지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인터넷에서의 영향력을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인 셈인데 기존의 여러 개인화 서비스들을 묶어 놓았을 뿐 아직까지는 특별히 새로운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터넷에서는 네이버가 막강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지만 모바일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접속 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네이버가 변화를 서두르는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종홍 연구원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PC에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시간이 20% 이상 줄어 들었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네이버는 모바일 진출이 한발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발표회에서도 김상헌 NHN 대표는 “모바일 관련해서는 따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여전히 모바일 검색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안드로이드폰에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구글이 소리 소문 없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 NHN 분기별 매출액과 페이지뷰 추이  
 
구글은 검색 서비스는 물론이고 크롬이라는 웹 브라우저를 무료로 공개해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고 무한대의 저장용량을 제공하는 G메일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도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밖에도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와 어스, 사진 공유 서비스인 피카사 등과 연동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대부분 네이버에도 있는 서비스들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이라는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확보하고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아무런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스크 홈 역시 아이폰의 온갖 화려한 어플리케이션에 비교하면 소박해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네이버는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한 관문(포털)이 아니라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네이버와 구글의 결정적인 차이는 검색 서비스에서 드러난다. 네이버 검색 결과의 80% 이상이 다시 네이버로 유입된다는 통계도 있는데 이는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보여주는데 그칠 뿐 외부 콘텐츠를 검색하고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검색결과가 부실하다는 불만이 많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네이버가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을 가로막는 ‘가두리 양식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의 이번 개편 전략은 인터넷 포털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 포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그러나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네이버를 이용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이런 습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도 한동안 검색은 네이버가 앞서가겠지만 향후 리얼타임 검색이나 위치기반 검색 등에서도 네이버가 우위를 지킬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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