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른바 '회피연아동영상'을 유포한 누리꾼들을 문화부가 고소한 것과 관련해 14일 "누리꾼들에게 여러가지로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국회 문화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질의를 받고 이렇게 답하며, 누리꾼 고소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서 의원이 고소 이유를 묻자 유 장관은 "민주당 부대변인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논평해 '바로 잡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유 장관의 기존 발언 몇 가지를 예로 들며, 고소는 과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겨레 7월3일자 대담에서 '여성비하' 논란이 인 '대한늬우스'의 극장상영에 대해 유 장관은 "심각하게 만든 게 아니라, 요즘 복고풍 개그가 인기이니 이를 패러디했을 뿐이다. 보면서 그냥 웃고 넘겼다. 극장 광고비도 많지 않다. 가볍게 봐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오마이뉴스가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명인 상황을 묻자 "그렇게도 한 번 해보고, 재밌지 않겠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웃고 넘길 일은 고소까지 하고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될 일을 가볍게 넘기고 있다"며 "이야말로 우리 국민을 씁쓸하게 하고, 자칫 오만하다는 평을 들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장관은 "(회피연아동영상에) 처음부터 패러디라고 확실히 지칭했으면…"이라며 서 의원이 든 사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을 밝혔다.

유 장관은 "(문화부의 고소로) 누리꾼에게 여러 가지로 교육적인 효과나 이런 게 인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서 의원이 "교육적 효과를 노린다는 장관의 발상이야말로 더 문제다. 그래서 인터넷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유 장관은 "야단을 치면서도 같이 소통하자 하면 누리꾼들이 더 이해하고 조심하고 그러지 않겠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른바 '회피연아동영상'은 지난달 2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유 장관이 꽃다발을 목에 걸어 준 뒤 포옹하려 하자 김연아 선수가 뒤로 물러서는 듯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KBS 화면과 그 화면을 빠르게 편집한 이 동영상은 유 장관이 포옹하려 했는지를 놓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달 17일 문화부 쪽은 해명자료에서 "유 장관이 국민영웅인 김 선수를 성추행하려는 듯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설명을 붙여, 악의적 명예훼손을 의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문화부의 고소로 수사를 받고 있는 누리꾼은 모두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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