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둘러싼 의혹 사건은 검찰사에 남을 '참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주장했던 핵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허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5만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쟁점은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의 골프 의혹을 막판 제기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법원은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정치적 흠집내기 논란을 자초하면서 꺼낸 카드는 결과적으로 검찰의 더욱 궁색하게 했다.

   
  ▲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정문으로 나오지 못하고 서관 출입문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6년 12월20일 5만 달러를 그것도 국무총리 공관에서 건넸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상식을 벗어난 의혹이었다. 곽영욱 전 사장이 건넸다는 5만 달러는 당시 환율로 5000만 원이 되지 않는 금액인데다 이를 전달하려 했다면 은밀한 곳에서 했을 것인데 엉뚱하게도 철통 경비가 이어지는 국무총리 공관에서 건넸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을 무기로 한명숙 전 총리 체포라는 초강수까지 꺼내들 만큼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현실로 이어졌다. 법원은 "오찬 직후에 5만 달러 받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짧은 시간에 돈봉투 처리가 가능한지도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재판부는 "곽씨는 위기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곽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시간이 진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곽씨에 대한 심야조사가 면담이었다는 검찰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곽씨가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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