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해외 언론의 초계함 침몰 보도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신이 일찌감치 북한이 개입돼 있는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하고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한 반면 국내 언론은 온갖 억측을 더해가며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격을 받을 걸로 예상했던 금융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과도 대조된다.

26일 사고 직후 AP통신은 태평양 포럼 CSIS의 한국 전문가 칼 베이커의 말을 인용, “이번 사고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달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이번 사고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 후 반등한 것도 언론의 이런 신중한 태도 때문이었다.

국내 언론은 29일부터 북한군 어뢰나 기뢰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외신은 여전히 성급한 예단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번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말한 것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게 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한국 정부가 선체 자체 외의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의 발표를 미국 정부가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남한과 무력 충돌과 자주 벌인 만큼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북한의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을 인용, “지금까지 북한 군대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면서 “북한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언론은 북한 개입 가능성을 흘리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서울경제는 29일 1면 머리기사로 우리나라의 CDS(신용파산스와프)가 급등한 사실을 거론하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북한 변수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29일과 30일, 금융시장은 큰 흔들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식을 순매수했다. 시장이 언론의 무리한 추측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는 이미 한국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급박한 상태가 아니라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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