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고 홍보성 프로그램을 방송했다는 비판을 받은 KBS가 지난 한 해 정부·공공기관의 광고 및 캠페인 협찬 명목으로 모두 33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타 방송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방송계에서는 KBS와 정부의 유착관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일 미디어오늘이 KBS와 KBS 노동조합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KBS는 지난해 정부와 민간의 TV 공익광고와 캠페인 협찬 실적이 모두 428억 원으로 전년대비(290여 억 원) 46%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정부부처의 경우 노동부 ‘일자리가 희망입니다’(15억 원) 등 117억 원, 기타 공공기관 216억 원, 삼성·현대·두산 등 민간기업 95억 원의 공익광고 캠페인 실적을 올렸다. 민간을 뺀 정부와 기타 공공기관만 333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전년대비로 집계하면 정부부처는 33%, 기타 공공기관은 25% 증가했고, 민간 부분에서는 197% 늘었다. 민간의 경우 캠페인을 과거 안하던 삼성이 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자동차도 경쟁에 뛰어들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 프로그램 협찬 내역을 보면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홍보방송을 했다고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 12월26일 <과학카페> ‘식품의 과학-쇠고기 검역’ 코너와 관련해 해당 방송을 제작한 외주사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촌정보문화센터로부터 협찬을 받아 제작됐다. 제작사가 모두 3억1200만 원의 협찬을 받아 제작이 예정된 15편의 연재물 가운데 하나가 이 코너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준비위원장 엄경철)는 2일 발표한 공보위 보고서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 지난달 4일 방송된 KBS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 특집편(왼쪽)과 같은달 31일 방영된 <열린음악회> 원전수출 특집 편.  
 
또한 KBS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열린음악회> 특집 ‘한국 원전수출 기념 열린음악회’ 편에서 1시간24분 내내 원전수주를 홍보했다. KBS는 한국전력으로부터 협찬금 1억 원을 받았으며, 한전의 요구에 따라 1월 중에 방송했다.

KBS는 법무부로부터 공익광고 및 프로그램 협찬 명목으로 모두 10억8000만 원을 받았다. KBS는 <미녀들의 수다> 등을 방송하기 이전에 이미 지난해 8월 정부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KBS본부는 법무부가 지난해 8월 KBS에 보낸 “KBS-법무부 공동기획 ‘기본이 튼튼한 나라’”라는 공문에는 ‘<수요기획>에 집회·시위 문화 개선을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 요청은 수용되지 않은 대신 <미녀들의 수다> 법무부 특집 편이 지난달 4일 홍보성으로 방송됐다.

이 같은 KBS 공익광고 등 협찬 규모는 MBC와 SBS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캠페인 협찬 담당 간부는 이날 “MBC와 SBS는 민간을 다합쳐도 300억 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MBC의 지난해 실적의 경우 지난 2008년 보다 적잖이 줄었다”고 밝혔다.

KBS 새 노조는 “KBS에서는 이렇게 ‘묻지마 협찬’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횡행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KBS가 정치권력과의 긴장의 끈을 놓아버림으로써 무분별한 정부협찬이 야기할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TV 공익광고 캠페인, 프로그램 협찬을 통해 광고주가 실제 KBS 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정부와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이렇게 지속적으로 돈을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 정부로부터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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