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이 29일 주요 언론사 편집 담당자들에게 회람한 문건에 따르면 현재는 언론사들이 뉴스 박스를 자체 편집하도록 돼 있지만 개편 이후에는 언론사별 페이지와 별개로 주제별 기사를 랜덤 추출해 자동으로 배치하는 주제별 페이지가 신설된다. 연예·가십성 위주의 선정성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주제별 페이지는 톱 뉴스 판 5페이지와 주제별 판 7페이지 등 모두 12페이지로 구성된다. 톱 뉴스 판은 언론사들이 편집한 톱 뉴스를 불러들여 랜덤하게 배치한다. 종합지와 경제지, 방송, 인터넷신문 등의 비중을 80%, 스포츠·연예지들 비중을 20%로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톱 뉴스와 정치, 경제/IT, 지역 등 주제는 사진 없이 텍스트로만 구성되고 사회, 국제, 생활/문화, 스포츠/연예 등은 사진과 텍스트가 결합된 형태가 된다.

언론사별 페이지에서는 특정 주제에 여러 건의 기사를 올릴 수도 있지만 주제별 페이지에서는 주제별로 1건씩만 노출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주제가 이들 6개로 한정돼 있는데다 정치 기사도 1건, 경제 기사도 1건, 스포츠/연예 기사도 1건씩 밖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종합지가 아닌 경제지와 전문지 등은 특정 주제의 기사 업데이트 주기가 늦거나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낮아져 전체적으로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뉴스캐스트 개편 방안으로 신설될 주제별 페이지. 5개의 톱 뉴스 판과 정치, 경제, 사회, 세계, 지역, 스포츠/연예 등 7개의 주제 별 판이 랜덤하게 노출된다.  
 
   
  ▲ 뉴스캐스트 개편 이후 언론사별 페이지. 2단 편집에서 1단 편집으로 바뀌고 각각 주제를 명기하도록 돼 있다. 언론사별 페이지에서는 주제별로 2건 이상의 기사를 올릴 수 있지만 주제별 페이지에는 1건씩만 노출시킬 수 있다.  
 
편집권 침해 논란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개편방안의 의도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사마다 편집방향이 모두 다르고 사안마다 기사의 경중이 있는데 주제별로 1건씩만 할당하는 것은 다분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다가 올 지방선거 시즌에도 주제별 페이지에는 정치 기사를 1건씩 밖에 올리지 못하게 된다. 경제지와 전문지들도 트래픽을 유지하려면 정치, 사회, 국제 등 주제별로 1건씩 기사를 끼워 넣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의견수렴 단계지만 일단 언론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선정성 경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돼 있는데다 독자들의 불만도 거세 딱히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제별 페이지 신설 이후 트래픽 감소가 가시화될 경우 언론사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뉴스캐스트 이후 급증한 트래픽에 맞춰 서버 증설 등에 수천만~수억원 가까이 비용을 투자한 상태다.

이번 개편이 과연 선정성 경쟁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용자들이 언론사별 페이지를 기피할 경우 선정성 경쟁이 주제별 페이지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데 동일 사안에 대해 비슷한 주제의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경우 선정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이른바 '제목장사'가 더욱 심해질 우려도 있다. NHN의 의도와 달리 정치·경제 기사까지 연성화되면서 가십성 기사로 도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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