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간판을 내린데 이어 미디어교육센터 미디액트도 오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접게 된다는 사실을 접한 독립영화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를 새로 선정한 것은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결과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디액트에서 열렸다.

<워낭소리>는 미디액트에서 출발했다고 말한 고영재 <워낭소리> 제작자는 “적어도 활동하던 사람들이 맡았다면 이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어떤 단체인지, 어떤 이들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이 단체가 퍼블릭액세스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인지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공청회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끝내 눈물을 흘렸다.

미디액트 교육을 통해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윤성호 <은하해방전선> 감독은 “미디액트는 일반 시민도 창작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며 “문화부와 영진위는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를 사적인 논공행상의 전리품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영화진흥위원회의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결과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디액트에서 열렸다. 김수정 기자@  
 
임순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은 “미디액트가 공모에서 탈락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는 정권차원의 문제로 끝까지 미디액트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미디액트 초기부터 운영위원을 맡아왔으며 미디액트가 최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동원 <송환> 감독은 “이번 사업의 담당 위원인 이미연 위원조차도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에서 배제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영진위는 심사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영재 <워낭소리> 제작자, 김곡 <고갈> 감독, 김동원 <송환> 감독, 김조광수 <친구사이?> 감독, 윤성호 <은하해방전선> 감독 이송희일 <탈주> 감독, 임순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창재 <바람의 노래> 감독 홍형숙 <경계도시2> 감독 등 9인이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감독들의 발언이다.

   
  ▲ 워낭소리.  
 

“공개질의서 보내고, 공청회 요구할 것”
고영재 <워낭소리> 제작자

<워낭소리>는 미디액트에서 시작됐다고 단언할 수 있다. 2001년 11월 아무것도 없는 창고에서부터 출발했다. <우리학교> 공동체 상영도, 독립영화의 디지털 플랫폼 확장도 이 미디액트에서 일하고 퍼블릭액세스를 배우면서 시작된 것이다.

미디액트만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왔던 이들이 됐다면 이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조해도 좋은데 적어도 하던 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나. 한다영과 시민영상문화기구 사람들은 본 적도 없다. 이제 와서 직원을 채용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퍼블릭액세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나. 이대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 지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공청회를 요구할 것이다.

“시민 영상 창작 욕구 침해한 심각한 사건”
임창재 <바람의 노래> 감독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시민들이 편할 날이 없다. 이 문제는 영진위, 문화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미디어센터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화는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의 문화적 권리다. 영산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을 검증이 되지 않은 불확실한 이들이 맡는 것은 시민의 영상 창작 욕구를 침해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3월에 공모를 하는 시네마테크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라는 색에 맞지 않다고 잘라내는 것은 옳지 않다.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정권 차원의 문제…미디액트 지켜야”
임순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미디액트 창립 때부터 운영위원회를 맡아왔다. 많은 단체나 기관의 운영위원을 맡아 봤지만 여기만큼 할 일이 없는 곳이 없었다. 사무국이 일을 완벽하고 꼼꼼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걱정할게 없었다. 작년 감사 때도 트집잡힐 게 없는 조직이었다. 작년에 공모제에 참여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그만뒀는데, 그만두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미디액트가 안되면 누가 되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5일 전에 공모제서 탈락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미디액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권 차원의 문제다. 반드시 미디액트를 지켜내야 한다.

“한다영 최공재, 파행운영으로 구설수 올랐었다”
이송희일 <탈주>감독

독립영화가 철거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조희목 영진위 위원장이 그렇게 3D를 사랑하면 3D진흥회 따로 차려서 나가고 영진위는 제발 영화 진흥할 수 있도록 그대로 놔둬라. 지난해 11월13일 급조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독립영화상영관 운영 사업자로 선정․이하 한다영)는 1월6일 창립한 시민영상문화기구(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로 선정)와 지난 6일 함께 정기총회를 했다. 한다영 최공재씨가 있는 영화사 화인촌사람들은 지난해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 마케팅을 맡았으나 파행운영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적어도 다른 단체였다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비민주의 문제가 아니라 합리-비합리의 문제다. 영진위는 유령단체를 지원하는 유령진흥회다. 선정기분과 심사과정을 떳떳하게 공개해야 한다.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다”
홍형숙 <경계도시2> 감독

당혹에 휩싸인 이용자다. 경계도시의 극장개봉을 위해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고 있던 중 미디액트가 공모에 탈락해 짐을 싸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1월30일이 공식 계약만료일이란다. 나는 내일 미디액트에서 마지막 작업을 하게 된다. 광화문 미디액트에서 마지막 작업을 하는 작업자가 됐다는 것이 착잡하기만 하다. 미디액트가 비단 창작자와 감독에게만 소중한 공간이겠는가. 여기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가.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다.

   
  ▲ 송환.  
 
“영진위, 심사위원 위촉 경위도 설명해야”
김동원 <송환> 감독

미디어센터 위탁교육을 맡게 된 장원재씨가 축구해설가라는 얘길 듣고 어이가 없었다. 사업이 운영될 만한 곳에 위탁됐다면, 적어도 연관 있는 이들이 맡았다면 이번 결과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맡게 되는 것 인정할 수 없다. 영진위 위원조차도 수긍할 수 없다고 한다. 심사기준과 과정이 궁금하다. 이번 사업 담당위원인 이미연 위원이 배제되고 이번 업무와 상관없는 정초신 부위원장이 심사에 참여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일본, 프랑스 독립영화를 튼다니 좋다’, ‘3D카메라를 준비한다니 좋다’는 정도의 심사평을 쓰는 심사위원을 위촉한 경위는 영진위가 설명해야 한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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