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각축전이다. 선덕여왕이 장렬히 퇴장한 후 야심차게 시작된 방송3사의 월화드라마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시청률 우위를 선점하려고 애쓰고 있다. 트렌디, 성장, 의학사극으로 각기 색깔이 뚜렷한 3사 드라마의 PD를 만나 방송초반 불거진 논란에 대한 입장과 작품의 방향을 들었다.

가슴 따뜻한 드라마 만들터”

3시간여 동안 기다린 끝에 만났다. 10일 저녁 서울 압구정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난 <파스타>의 권석장 PD는 시간에 쫓긴 모습이었다. 그는 레스토랑을 빌려 이날 아침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밤샘까지 하며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곰탕, 설렁탕이 아닌 파스타에 들어가는 면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불어 버리더라구요.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하니까 제작진도 기다릴 수밖에 없죠.”

처음으로 요리 드라마를 제작하는 권 PD는 주방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메인 셰프, 주방장, 부주방장, 요리사 두 명까지 촬영장에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앞집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 여성 관련 드라마에서 두각을 보인 권 PD는 드라마 주연이자 주방보조인 공효진씨의 고군분투와 닮아 보였다.

   
  ▲ <파스타> 권석장 PD  
 
그는 “일과 사랑에서 돌파해 가는 능력이나 의지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다”며 “사람들이 즐겁게 보고 가슴 한 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애초 드라마 기획 의도”라고 밝혔다. 또 그는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이선균 캐틱터에 대해서도 “나쁜 놈이죠. 응징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트라우마를 점차 치유하면서 그런 지적이 불식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16부작으로 방영될 <파스타>는 여성 주방보조가 일과 사랑에서 성취를 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로 <대한민국 변호사>의 서숙향 작가가 집필하고, 공효진 이선균 알렉스 이하늬가 열연한다. 다음은 권 PD와의 일문일답.

- 요리 드라마인데 셰프가 모자를 안 쓰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고민스러운 점이다. 서양 요리사는 안 쓰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모자를 다 써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한 것이 아니다. 제작 전에 내가 따로 취재를 하기도 했고, 연기자들도 식당에 다니면서 주방 연습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일단 요리 장면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셰프들이 대기한다. 그래도 굉장히 힘든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후배가 요리 드라마 하겠다면 뜯어말리고 싶다.”

   
  ▲ ⓒMBC  
 
- ‘버럭선균’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로 이선균씨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는데, 여성 비하적 성격이 지적되고 있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분들은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점차 치유하면서 이 남자도 정말 여자한테 잘해주는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애초엔 남자가 버럭버럭 대는 게 아니라 여자가 혼자 있는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얘기를 그리고자 했다. 최초 작가와 얘기할 때 남자들만 있는 주방에 여자 한 명이 들어가는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왜 남자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여자들이 있었는데 쫓겨나는 스토리를 생각해봤고, 이런 상황에선 남자 성격이 그래야 했다. 캐릭터를 먼저 잡은 게 아니라 판을 짜보니 남자, 여자 캐릭터가 결정됐다.”

-‘캔디효진’으로 불리는 공효진씨는 일엔 적극적인데 사랑에선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서툰 사람이라서 감정을 느끼더라도 어떻게 처리할지 능수능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면서 자기가 변해가고 점차 능동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다. 그냥 순수한 캔디는 별로 매력이 없다. 또순이 이미지로 단선적인 캐릭터였는데, ‘욕망과 기억’이라는 캐릭터가 표현이 되면 캐릭터도 성장하게 될 것이다.”

- KBS, SBS의 경우 계급 계층 관련 신분상승 욕구가 표출되는데, MBC는 그런 게 없어 얼마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지 궁금하다.
“선덕여왕 다음이라서 아무리 잘해도 본전 정도 밖에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괘념치 않는다. 사회적인 이슈를 내보이면 화끈하겠지만 애당초 포인트는 안 그래도 민폐 끼치는 사람이 많은 사회인데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을 그리는 것도 이 드라마의 미덕일 것 같았다. 일과 사랑에서 부대끼는 톰과 제리 같은 두 사람이 불가능한 것을 이뤄갈지. 앞으로 쫄깃쫄깃한 얘기가 진행될 것 같다.”


“천하대 풍자를 언론이 과장 ”

<공부의 신>유현기 PD

“성장 드라마 주목해달라”

“결 코 서울대 가자는 것이 아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만난 <공부의 신> 유현기 PD는 최근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드라마 취지는 서울대를 목표로 한 ‘입시 드라마’가 아니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성장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공부라는 상징이다. 청소년들이 누구나 이 시기에 자기 정열을 바쳐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기가 마음먹기에 그런 학교를 가고 싶다면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 <공부의 신>유현기 PD  
 
그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언론의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에서 과장하는 게 있다고 본다. 정말 강남에서 수업을 받고 부모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명문대에 가기 힘들다는 것을 과대 포장했다. 그걸 이데올로기화해서 사람들을 겁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결국은 특별반에 들어온 다섯 명 의 학생들이 각자 처한 가정 환경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6 부작으로 방영될 <공부의 신>은 일본 만화 <드래곤 자쿠라>를 원작으로 한 것으로 ‘꼴통학교’ 병문고 학생 5명이 명문대 ‘천하대’를 진학하는 내용을 담았다. KBS 드라마시티를 해온 윤경아 작가가 집필하고 김수로 배두나 유승호 등이 열연한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

- ‘천하대’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 것에 불편한 시각이 있다.
“일 종의 풍자이고 상징인데 언론에서 과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드라마 취지는 공부가 됐든 예능이 됐든 뭔가 자신을 던져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찬양하거나 거기 가야 사람된다는 것 아니고, 자기가 마음먹기에 그런 학교를 가고 싶다면 해보자는 것이다. 공부를 통해서 상급 학교에 진학해 자기 꿈을 펼쳐야하는 것이 대다수인 한국에선 대학 진학을 무시할 수 없다.”

- 드라마 볼 때는 공부해보자고 결심하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박탈감이 들지 않겠나.
“학 교 선생님과도 얘기했는데 사교육이 번창하고 있으니까 공교육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공교육에서 양질의 교육을 할 의무가 있다. 지금은 드라마적 갈등 상황 때문에 특별반 선생님이 뛰어난 것으로 나오는데, 나중엔 학교 선생님이 변한다. 선생님을 월급 받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변하는 메시지를 줄 것이다.”

   
  ▲ ⓒKBS  
 

- 드라마에서 입시 주입식, 스파르타식으로 하는 교육방식에 대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원 작이 갖고 있는 방식이다.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논란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한참 떨어지고 당장 입시가 급한 학생들에게는 차기봉 선생 방식대로 빨리 받아들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주입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7부에 나올 국어 선생의 경우 기존 방식과 다른 파격적 공부 방식을 보인다. 국어 교과서에서 나온 독해 읽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유명한 작가들이 쓴 선정적 작품을 읽게 해 글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공부비법을 제공해주나.
“학원과 전문 입시 교사들과 일간스포츠가 설립한 제작사 드라마하우스가 협정을 맺어 공부 팁을 계속 전달해주고 있다. 앞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영역의 특별반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팁을 줄 것이다.”

- <수상한 삼형제>의 친정부적 내용이 논란이 됐는데, <공부의 신>도 수월성 교육에 대해 강조하는 등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흐름으로 가는 것 아닌가.
“SBS에서 방송하려고 하다가 원작 구매에 실패해 방송사를 KBS로 옮기게 된 것이다. 정부의 입시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 공부에 몰두하면서 학생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에 주목해 달라.”

“동물 학대·친일 미화 논란 억울”

[인터뷰]<제중원> 홍창욱 PD

“개화기 풍경 보여주고파 ”

지 난 10일 오후 경기도 일산 SBS 드라마센터 B스튜디오에서 만난 <제중원>의 홍창욱 PD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 문경과 일산을 오가며 일주일을 쪼개 쓰는 그는, 빠듯한 일정보다 반복 생산된 ‘논란 기사’에 지친 듯 보였다.

“우리 아들이 묻더라. ‘아빠, 진짜 소를 죽였느냐’고. 기사 나온 것을 보고 한 말일텐데 너무 속이 상해 잠도 잘 못 잤다.”

   
  ▲ <제중원> 홍창욱 PD  
 
‘작품도 안 보고 기사를 쓴다’며 그는 일부 몰지각한 연예 담당 기자들을 거침없이 질타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오른 누리꾼들의 즉각적 반응만 옮겨 보도된 내용들이 비슷한 패턴의 기사들로 무수히 생산된다며 연예뉴스 제작 시스템에도 쓴소리를 했다.

지 난 4일부터 전파를 탄 <제중원>이 극 초반 ‘동물 학대’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홍 PD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한편, <제중원>에 등장하는 개화기 풍경과 주인공들의 운명 개척 의지를 주목해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36부작으로 방영될 <제중원>은 백정 출신으로 한국 최초의 의사가 되는 박서양의 일대기에 살을 붙인 드라마로 <하얀거탑>의 이기원 작가가 집필하고 박용우, 연정훈, 한혜진씨가 타이틀을 맡았다. 다음은 홍 PD와 나눈 일문일답.

- 2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스토리 전개와 연기가 좋다는 데 장점이 모아지고 있는가 하면, 친일·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단점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극 중 백도양이 와타나베를 가리켜 ‘대일본제국의 희파극랍저’라고 한 것 때문인가? 한성순보에 그렇게 실렸고, 그걸 전한 것 뿐이다. 그 한 장면만 놓고 비판하는 건 어폐가 있다. 이후 장면에선 돈 없는 환자란 이유로 와타나베가 황정의 모친을 내쫓으려는 것도 담았다. 결코 미화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좀 더 지켜보면 알 것이다.”

- 미국인 선교사 알렌은 실제 제국주의 첨병으로 활약했는데 이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알 렌은 애초 의료선교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가 나중에 제중원을 나와 미국 공사관으로 간 뒤 그때부터 자국의 이권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권을 노리고 입국한 것은 아니다. 알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자료를 통해 알렌의 전모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극 초반부터 나쁜 인간으로 묘사해야 하나.”

   
  ▲ ⓒSBS  
 
- 사실적으로 표현한 도살 장면 때문에 선정성 논란을 낳기도 했고, 정반대로 황정이 총을 맞는 장면에선 고증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정을 묘사하기 위해선 어차피 소를 잡는 모습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술감독이 빨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소 대신 연기한 것이다. 가축위생법상 실제 도살할 수 없게 돼 있다. 도살 장면에 등장하는 망치도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것이다. 선정적라는 비판은 일부 연예 기사들이 확대·재생산한 것인데 우리가 이렇게 해명하면 ‘제작진이 이러저러하게 발뺌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고증 문제도 그냥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바라보면 된다. 만일 그 당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총을 소품으로 썼다면 고증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발 단총에서 왜 7발이 연속으로 나가느냐, 장전하고 다시 쏴야 맞는데 왜 그런 장면은 없느냐 하는 식의 지적들이 전부다. 위급한 상황을 표현하려 했을 뿐인데…. 아직 극 초반이다. 100m 달리기로 치자면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났는데 이런 식의 논란이 불거져 억울한 기분도 든다”

- 시청자들이 주의를 기울여 봤으면 하는 지점은 뭔가.
“개 화기 풍경이다. 영·정조 때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유입된 건 고종 때이다. 사진기, 자전거가 처음 등장한다. 서양의술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이 당시 민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 부분을 봤으면 한다. 메디컬 사극을 전격 표방한 드라마는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학 자문을 받아 의료 행위를 꼼꼼히 제작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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