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친일인명사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포함시킨 가운데, 친박계 의원이 10일 공중파 라디오에 출연해 '좌파 연구소'라고 맹비난하며 친일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박정희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말 신문이나 방송을 보시면 '그동안에 우리나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훌륭한 지도자다' 이런 분들도 (친일인명사전에)몇십 명 포함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 후손들이 볼 때 '우리 할아버지는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일제시대에 어떤 직책에 있었다고 해서 친일파로 본다는 것은 저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한선교 의원은 "소위 좌파들이 모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그러한 일을 결정지었고 거기에는 어떤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며 "그것을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도 저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 의원은 "'그가 살아 생전에 일제시대가 됐건 대한민국 정부가 됐건 과연 어떤 업적을 남기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그것이 바로 친일파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라고 밝혀 민족문제연구소의 선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행보에는 어떤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그 구성원들의 성향을 볼 때 의도가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또 '아까 좌파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좌파적인 시각에서 이런 일을 한 것으로 보나'는 질문엔 "과연 그 안에 있는 분들이 우리 광복을 위해서, 민족 독립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가 의심스럽다. 지금과 같은 선진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가?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는 분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이번 논란에 대한 논평·공개 발언 등을 자제해 왔다. 지난 9일 아침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친일인명사전 발간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의 발언을 보면 이번 사안에 대한 여당 내부의 불편한 기류가 읽혀진다.

앞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 <만주신문> 1939년 3월31일자 '혈서 군관지원, 반도의 젊은 훈도로부터'라는 글을 공개한 바 있다. <만주신문>에선 박 전 대통령이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이라고 쓴 편지 내용이 담겨 있다.

편찬위에는 지난 2001년 12월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등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교수 및 연구자 180여 명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지난 2003년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지만, 2004년 모은 국민성금 7억여 원과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5000여 명이 낸 회비로 편찬비용이 충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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