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사장이 가을 개편 때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방송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2일에도 아무 변경없이 방송하자 KBS 내부에서 이 사장에 대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하고 KBS를 떠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KBS TV·라디오 PD·보도국 기자조합원은 2일 낮 12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이병순 사장에 대해 "라디오연설을 폐지하고 물러나라" "출근길 MB연설 국민이 짜증난다" "주례연설 폐지, 정치독립 쟁취!" "KBS, 언제까지 나팔수가 될 것인가" 등의 구호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엔 조합원 일동으로 성명을 내어 개편 뒤 첫 방송이었던 이날 아침 이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 연설이 과거와 다름없이 방송된 데 대해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대통령 주례 방송을 내보내겠다던 사측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KBS TV·라디오 PD와 보도국 기자 조합원 50여 명이 2일 낮 12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하는 팻말 시위를 벌였다. ⓒKBS PD협회  
 
이들은 "(이 대통령은)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무책임한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일방주입하기에 급급했고, 그런 목소리를 공영방송 KBS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라디오 PD를 중심으로한 KBS 조합원들이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했고, KBS도 뒤늦게나마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으나 KBS 경영진은 가을개편으로 데드라인까지 정해놓고 노사합의까지 한 약속을 깡그리 무시했다"며 "권력 앞에서는 조합원과의 공식 약속도, 국민의 눈과 귀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격 배짱이자 자리보전을 위한 저급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20회 라디오연설을 민경욱(사진 오른쪽) KBS 앵커와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다. ⓒ청와대  
 
이들은 이병순 사장에 대해 "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며 "애당초 논란의 여지가 불 보듯 했던 대통령 주례방송을 허락한 것도, 가을개편까지 약속한 포맷 변경 이행의 최종 책임도 사장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한 뒤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인의 사명을 저버리고, 해바라기처럼 권력만을 향한 그대들의 오늘 모습은 반드시 권력의 추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임을 명심하라"며 "자신의 자리를 걸고서라도 주례 연설을 폐지하는 것 만이 자비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KBS TV·라디오 PD·보도국 기자조합원들이 2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이병순 사장은 결자해지하라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대통령 주례 방송을 내보내겠다던 사측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개편이후 처음으로 방송된 오늘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 년 전 첫 방송과 다름없이 일방적인 연설로 일관했다.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무책임한 판결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일방주입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를 공영방송 KBS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라디오 프로듀서를 중심으로한 KBS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해 왔고, 이에 대해 사측도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공방위를 통해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던 것 아닌가?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란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역시 부족한 점이 많으나, 노사 양측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가을개편으로 데드라인까지 정해놓고 노사합의한 대통령 주례방송의 포맷 변경을 깡그리 무시하고 말았다. 이는 권력 앞에서는 조합원과의 공식적인 약속도 국민의 눈과 귀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격 배짱이자 자리보전을 위한 저급한 몸부림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고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는 라디오 간부들에게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말고, 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 애당초 논란의 여지가 불 보듯 했던 대통령 주례방송을 허락한 것도 당신이며, 가을개편까지 약속한 포맷 변경 이행의 최종 책임도 사장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뒤로 숨지 마라! 당신의 KBS 취임 첫 작품이기도 한 대통령 주례방송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하고,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해야 할 언론인의 사명을 저버리고, 해바라기처럼 권력만을 향한 그대들의 오늘 모습은 반드시 권력의 추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임을 명심하라! 만시지탄이나 이병순 사장과 라디오 간부를 위시한 사측은 공방위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공방위의 노사합의 이행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당신들의 자리를 걸고 주례 연설을 폐지하라! 그것만이 당신들이 자비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기억하라.
 
2009년 11월2일 KBS TV-R 프로듀서, 보도국 기자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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