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 22일 올해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인사로 꼽혔다. 여성주의 단체 언니네트워크는 '2008 꼬매고 싶은 입'에 정 최고위원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후보자엔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다수 꼽혔고, 연예인 김구라씨도 물망에 올랐다.

여성주의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언니네>(http://www.unninet.net)를 운영 중인 언니네트워크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서 망언의 주인공들을 다시금 기억하며, 상처받고 분노하는 여성들을 대신하여 망언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라며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대바늘상'을 수여했다.

정 최고위원이 선정된 것은 지난 총선 당시 성희롱 논란이 주요했다. 언니네트워크는 "거리 유세에서 여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거절하면서 기자의 뺨을 툭툭 건드린 뒤 4월 3일 해당 기자에게 공식 사과한 직후 '며칠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고 지적했다.

   
  ▲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최훈길 기자 chamnamu@  
 
언니네트워크는 또 한나라당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본드 상' 수상자로, 오준근 판사를 '재봉틀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본드상의 경우 지난 3월 미국친선의원연맹 방문단이 미국 나이키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일부 의원들이 회사 상징물인 '니케여신' 동상의 가슴과 국부에 손을 올려놓고 사진 촬영을 해 물의를 빚은 것이 주효했다. 또 오 판사의 경우 지난 11월 지적장애를 가진 소녀를 수년 간 성폭행한 친지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2008년 꼬매고 싶은 입' 정치계 후보자엔 장광근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안재권 부산시 한나라당 구의원, 정광용 '박사모'(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모임) 대표 등이 선정됐다. 장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시민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 홍 의원은 방송에서 "남성 위상 위해 9개국 여성과 교제" 발언을 한 점, 안 의원은 여성 구의원들에게 험담을 한 점, 정 대표는 나경원 의원 관련 "관기" 발언이 문제가 됐다.

법조계 후보자로는 '피해자가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면 성폭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한 심상철 서울고법 제3형사부 부장판사, '짧은 치마 입은 여성다리 촬영은 무죄'라는 김황식 대법관, 강간을 공모한 핸드폰 문자가 오갔던 피고인의 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윤재윤 서울고법 제4형사부 부장 판사 등이 꼽혔다.

문화예술계에선 김구라씨, 조성민씨가 꼽혔다. 언니네트워크는 "김구라씨는 '만날 러시아 모델 보다가 동네 아줌마 봐봐', '술자리에 어설픈 여자 끼느니 남자끼리 마시는 것이 좋다'는 등 여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비유"를 했고, "(고 최진실씨 어머니에 따르면)조성민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썼지만 (본인은)재산에는 관심 없다"고 밝힌 '이중적' 행태를 지적했다.

한편, 언니네트워크는 2006년부터 매해 '꼬매고 싶은 입'을 발표해 왔으며, 당시 첫해 1위(미싱상)엔 '최연희 무소속 의원과 그의 성추행을 옹호한 사람들'이 선정됐다. 2위(본드상)엔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3위(대바늘상)엔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선정됐다. 작년엔 재봉틀상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바늘상에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본드상에 문화일보가 꼽혔다.

다음은 올해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다.

1. 정치계
① 오준근 판사 (청주지법 11부)

“지적장애 소녀 수년간 성폭행한 패륜가족 4명에게 집행유예 ”

 청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2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해자의 백부(57)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할아버지(87), 숙부(42)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피해자의 또 다른 숙부(39)에 대해서는 범행 가담 정도가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는 점을 들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친족 관계에 있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 삼아 번갈아가며 성추행 혹은 성폭행한 피고인들의 범행은 그 자체로 인륜에 반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이들의 성폭력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가족인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피고인들이 고령과 지병 등으로 수형 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01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자신들의 집 등에서 A(16) 양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번 사건으로 일부 가족구성원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②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며칠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기자의 뺨을 건드렸다 ”

2008년 4월 2일, 거리유세 현장에서 MBC 김모 기자가 뉴타운 추가 지정의 입장에 대해 즉석 인터뷰를 요청하자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왼쪽 손으로 김기자의 뺨을 두번 툭툭쳤다. 이에 '이건 성희롱'이라고 항의하고, 언론에 보도되자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위와 같이 발언하였다.

③ 한나라당 경기도의회 의원들

“미국 나이키 본사 방문 중, 여신 동상의 가슴과 국부를 만지며 사진 촬영 ”

한나라당 소속 일부 경기도 지방의원들이 지난 3월초 미국 나이키 본사를 방문하던 중, 회사의 상징물인 ‘니케여신’ 동상의 가슴과 국부를 만지며 사진을 찍는 철없는 행동을 한 것이 내외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④ 장광근 (한나라당 ,국회의원)

“어떤 년이고 나를 공모하면 가만히 안 놔두겠다 ”

2008년 3월 30일,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유세 직후 아파트 주민 일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등학교 신설운동을 주도해 온 아파트 부녀회장과 주민들을 향해, 이에 부녀회장이 "어디 후보자가 유세장에 와서 주민에게 이렇게 대하는가" 하고 따지자, 다시 주민들을 향해 "부녀회장이 어떤 남자에게 술을 먹여서 내 유세를 방해했다"고 허위사실을 발언하였다. 이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아파트 부녀회장의 남편이 소리를 지르면서 내 유세를 방해하고, 해당 부녀회장은 주민들을 앞에 놓고 내 험담을 하고 있었다"면서 "후보자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어 '나를 방해하는 못된 여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을 뿐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⑤ 정광용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지모임 '박사모' 대표)

“나 의원은 본처는 고사하고 애첩도 그냥 애첩이 아니라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관기 기질이 있다 ”

2008년 6월 1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놓고 거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실망할 것" 이라고 말한 것을 비난하며 이후 '관기 부분을 수정합니다'라며 "이런 사람(나 의원)의 기질은 어떤 기질일까. 애첩 기질일까, 본처 기질일까. 혹시 성적 표현 시비를 부를 수 있으니, 지나친 표현을 자제하고 ‘뺑덕어미’라고나 할까. 뺑덕어미는 심봉사가 심청이를 찾아 나서자, 허봉사와 눈이 맞아 달아난 사람"이라며 거듭 비난하였다.

⑥ 안재권 (부산광역시 구의원, 한나라당)

“왜 남의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니느냐.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느냐. 여자들은 입이 두개라서 할 말 안 할 말을 다 하느냐 ”

2008년 10월 24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5명의 구의원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한 여성 구의원에게 소리지르며, 또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입을 찢어 버리겠다' 발언을 하였다.

⑦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대한민국 남성의 위상위해 9개국 여성과 교제 ”

영화배우 남궁원 아들로 제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 홍정욱 의원이 방송에 출연. 9개국 여성과 교제했다고 밝혔다. 3일 방송된 KBS 2TV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에 출연한 홍정욱 의원은 “한때 9개국 여성과 교제했다”고 깜짝 고백했다. 이어 “한국 남성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다국 여성들과 교제한 것”이라며“자신이 대한민국 남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데이트를 했다”고 덧붙였다. 홍정욱 의원은 “여러나라 여성들을 만나보니 세계 풍습도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연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2. 법조계
① 심상철 부장판사 (서울고법 제3형사부) 

“사건 당시 피해자가 밑단이 좁아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청바지가 가지런히 말린 상태로 놓여 있었던 점을 보면 강제로 벗겼다고 보기 어렵다 ”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강간치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피해자가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었고, 그 청바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는 점, 피고인이 화장실을 간 동안 피해자가 충분히 도주할 수 있었는데도 도주하지 않은 점,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우울증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② 김황식 대법관

“짧은 치마 입은 여성다리 촬영은 무죄 ”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같은 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안모(3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지난 2006년 12월 지하철 안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던 20대 여성의 다리를 찍어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치마 아래 다리 사진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무죄를 확정했다.

 ③ 윤재윤 부장 판사 (서울고법 제4형사부)

“강간공모 문자가 오갔어도 강간혐의 없다 ”

지난해 8월, 대학 선후배 사이인 24살 오모씨와 19살 이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21살 A양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오씨와 이씨는 술자리를 갖기 전 “여자에게 술을 먹여 성관계를 갖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술자리에 동석한 또 다른 친구에게는 “A양에게 술을 먹여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1시쯤 술자리가 끝난 뒤 오씨와 이씨는“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A양과 함께 택시를 탔지만, 술에 취한 A양이 잠들자 이들은 A양을 오씨의 원룸으로 데려갔다.
오씨는 A양을 침대에 눕힌 뒤 배 위에 올라가 강제로 입을 맞췄지만 정신을 차린 A양은 오씨의 혀를 깨물며 저항했다. A양은 복도를 통해 도망가려고 시도했고, 오씨 등은 A양을 붙잡아“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고 위협했다.
이어 오씨와 이씨는 "내가 입을 막겠다", "바로 시작하자", "강간할까", "강간은 안 된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시간을 끌었다. 이런 와중에 공포를 느낀 A양은 3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오씨 등을 붙잡아 '강간(미수)치상'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형사 4부 윤재윤 재판장)은 오씨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A양에게 술을 먹이면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강간’까지 할 확실한 범행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피고인들이 A양을 감금한 1시간 20분 동안 별 다른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고, '강간할까' 등의 문자를 보내며 망설이는 등 실행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양을 감금하고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과 감금치상)만 인정해, 오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이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3. 문화예술계

① 김구라(방송인)

 “만날 러시아 모델 보다가 동네 아줌마 봐봐 ”

김구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 축구를 많이 봐서 눈이 높아져 한국 축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만날 러시아 모델 보다가 동네 아줌마 봐봐’ 라고 비유했다.
김구라는 ‘학창시절에 남자들의 우정이 중요한데 어설프게 여자들이 끼면 연애다 뭐다 해서 개판이 된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술자리에 어설픈 여자가 끼느니 남자끼리 마시는 것이 좋다’는 등 여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비유를 했다.

② 조성민 (전 프로야구 선수)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싶을 뿐, 재산에는 관심 없다 ”

고 최진실의 전 남편이었던 조성민은 "아이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고 아버지로서 특별히 해준 게 없기 때문에 엄마가 없는 지금이라도 버팀목이 돼주고 싶다"며 "재산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아버지로서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친권을 주장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으니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는데 서로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재산에 대해 (최진실 가족이) 관리를 다 해도 좋으니 다만 아이들 아빠로서의 마음만 봐줬으면, 아이들 만나는 것만 편안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고 최진실의 어머니인 정옥숙씨의 얘기는 이와는 달랐다. 정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조성민은) 이혼 후 한 번도 찾아온 적도 없고 아이들이 '아빠보고 싶다'며 전화를 바꿔달라고 해도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인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이혼 당시 애들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하고 (최진실이) 조성민의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이혼했다. 당시 평생 애를 안 보겠냐는 질문에 '보지 않겠다'며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썼다"고 전했다. 또, "(조성민이) 딸의 사망 후 나를 찾아와 재산은 얼마고 갚을 돈은 얼마인지 투명하게 밝히라고 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이렇게 복잡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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